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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2008년 겨울호)/신작시/김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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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기
폐문廢門 외 1편
선생님 부탁합니다
글쎄 안 된다니까요
딸자식 사위까지 애걸복걸했다
마지못해 Y산부인과 원장은
일흔 둘의 쭈글쭈글한 대문을
수술실로 불러들였다
생리는 끝났지만 그래도 분비물은 있을 것이다
가끔은 씻어낼 필요도 있을 것이다
자궁이 숨 쉴 구멍만 남기고 의사는
촘촘히 벽돌을 쌓았다
마취가 덜 되었는지
남편의 억울한 말들이 따끔거렸다
이젠 문이 아니라 틈
속곳 속 노파 특유 냄새만이
들락날락 했다
영감은 건넌방에서
혼자 잘 잤다
피너스(Penis)에 이름 쓰는 여자
빨리 와
여자가 검은 색 사인펜을 든다
자신의, 자신에 의한, 자신만을 위한
튼실한 피너스를
손바닥에 올려놓는다
박 0자!
남자는 주섬주섬 팬티를 올리고
믿지 못하겠다는 여자의 불안을 올리고
땀에 지워지면 어쩌나 조바심을 올리고
조심조심 소변 걱정을 올리고
세워도 자꾸만 죽는
도망가고 싶은 아침을
넥타이로 꽁꽁 동여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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