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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2008년 겨울호)/신작시/정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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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주
버닝가트*를 바라보고 있는 사진 한 장 외 1편
몸 태울 장작을 사기 위해
지폐를 세고 있는 늙은이의 주름살이
강물의 주름을 더 깊게 하는 저녁 다섯 시
노를 놓아버린 목선의 뱃전을 건드리고
죽은 양 한 마리 엎어져 떠내려 간다
뼈를 가라앉힐 때까지 물결은
저 죽음을 수없이 어루만질 것이다
강물에 몸을 씻고
빨래를 돌에 쳐 때를 벗기는 사람들
저녁 안개가 느리게 빠져 나간다
벽과 벽 사이 길에서
썩은 냄새를 유전하며 길들이 얼크러져 있다
그 길을 따라 늙은 순례자들이
무릎걸음으로 건너오는 저녁 다섯 시
갠지즈 강물 위에
송판이 벌어진 목선 한 척 떠있다
그녀의 눈은 버닝가트의 굴뚝을 응시한다
장작에 불꽃이 피어난다
검은 스웨터를 걸친, 그녀의 눈길 꺼낼 수 없다
*버닝가트:인도 도시의 화장터.
물봉선화
어둠 저편 어둠 된 산에서 소쩍새 운다. 어둠 속에 웅크려 울컥, 토해내는 소쩍새울음 더듬어 본다. 오후에 그녀가 산을 내려갔다. 밤나무 검푸른 잎들이 천막을 친 응달의 비탈길. 나란히 걸을 수 없는 외길을 따라가며 보랏빛 꽃잎을 보았다. 바람에 흔들려도 떨어지지 못하고 비틀린 채 붙어있는 꽃잎의 빛깔.
그녀는 서러운 빛깔의 꽃 이름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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