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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2008년 겨울호)/신작시/오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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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자
진실 외 1편
그는 신나를 몸에 뿌렸다.
그리고 악을 썼다
“너희들이 뭐길래 내 말을 거짓말이라고 하는 거야 !”
경찰은 그를 미치광이라고 했다
그는 헐떡거리며 옷깃에 불을 당겼다. 순간이다
3도 이상의 화상을 입은 몰골은 처참했다
점점 썩어드는 살 속을 벌레들이 파먹었다
그는 오로지 둘만이 아는 그 사실을
끝끝내 밝히지 못한 체 얼마 후 죽고 말았다
어느 날 TV뉴스에
“술 취한 취객이 경찰서에서 분신자살 소동을 벌였습니다.”
그 사건은 몇 초의 뉴스였다
술에 취한 그가 택시를 잡아타면서 실수라도 할까봐 미리 승차비를 줬다는 것이다. 그런데 목적지에 내려놓은 택시기사가 다시 승차비를 요구했다. 결국 경찰서까지 가게 된 것인데 그에게 알콜 냄새가 난다며 “거짓말하지 말고 빨리 승차비를 주라”고 엄포를 놓는 통에 승차비 만 원을 다시 줬다는 것이다. 밤새 분통을 참지 못한 그가 신나 한통을 사들고 경찰서를 달려간 것이 그만…… 사람들은 그를 바보라고 했다.
휴가
연일 몸에서 염분을 쥐어짜는 무더위다
또아리에 고고하게 앉아 있던 줄무늬 수박도
신나라 부동산도, 강가네 칼국수도 문을 닫았다.
고집처럼 유일하게 문을 닫지 않은
철물점 집이 반가운지
누군가 “어 여긴 안 갔네! 병원도 가고 약국도 갔는데…….” 한다
밤마다 포화상태인 소방도로 골목,
며칠 동안 “주루룩” 이가 빠져 주차시비 없이 조용하다
고속도로엔 개미집 쑤셔, 나온 개미떼 같은 차들……
나 몰라라 둥구처럼 벌렁 뒤집혀 찌그러진 차
TV 속에서는 앵무새가 운다
오늘도 고속도로에서
“일가족이…… 일가족이…… 일가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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