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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2008년 겨울호)/신작시/권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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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지
구녕바위 외 1편
혼자인 탓이겠지만 밤이면 덧창문 열어놓고
흐르는 달빛 궤적을 잡아당기며
별을 낚아채기도 하는 어둠의 그늘을 만지작인다
타락을 푸념처럼 만만찮게 발 들여놓고 잠이 드는 그가
무거운 산그림자 하나 낚시밥으로 던지는 날에는
실향의 버릇 때문인지 더러 물때를 잃곤 하는 것이다
그가 허름한 횃대에 걸린 옷 한 벌 걸려 넘어지는
모처럼 체념한 잔물결로 일렁여 보이는 것은
파도가 아우성만큼이나 무섭게 부르짖기 때문,
한 판 승부를 가르려는 설친 밤은 번안하고
엉덩이 붙이고 떠난 온기의 주인에게 연민은 수두룩하지만
그리움이란
괭이갈매기 젖은 날개 휘저으며 빙빙 도는 것 하며
낚아챈 허공 한방 후려치고 달아나 버리면 끝인
수평선 그 교활한 물그림자를 관통하는 것 하며
옷차림이 예사 사사로워 보이지 않는 것 말고는
어느 날인가 손님 한 분이 찾아오고
땡볕 한 상과 거저 건저 올린 허망 한 사발 차려주는 일도
잊었는지 아득하게 보이는 당신의 구녕바위
평생 고집만 낚으려 사족처럼 누웠다
썰물
아직도 나는 썰물이
퇴락한 고옥古屋의 등을 타고 흘러내리면 빈혈로 어지럽다
그 소락대기는 저간 남자의 간섭 지나친 지청구처럼 들리고
어둠 에워 쌓인 휘파람의 후예라 생각하지 않지만
지천에 널린 부끄러움 간직하고 흐르는 것 같다
물길 따라 가다 지쳐 부딪히면 잊혀진 모래섬
조가비나 주워 담던 여백의 끝자락 만날 것 같다
잎새 이는 소린 줄 귀담아 들으면 부질없이 다가선 계절의
그 흔한 것 하나둘 버리려 애쓰는 것 같다
수렁 지나가는 수레바퀴 소리 덜컹덜컹
수척해진 몸 하나 떨어뜨리고 가는 것 같다
저물녘을 이고 이별하는 여식의 아련한 뒤태도,
머무르고 싶지 않은 듯 한사코 떠나가는
무엇이 그 많은 것을 하염없이 드러나게 하는지
돌아오지 않을 것을 염려하러들면 공연히 들뜬다
바람은 모질게 불어오고 꿈꾸러 왔다 허탈하여 돌아가는
긍휼한 이의 아우성은 범람하지만
그러니까 그것은 어둠이 가까워지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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