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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2008년 겨울호)/신작시/김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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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383회 작성일 09-02-2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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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
손가락 끝에 걸린 聖춘향 외 1편


칠흙 같고 삼단 같은 머리 창포로 감고  
갑사치마저고리 곱게 차려입은 聖춘향이  
오작교 건너 그넷줄에 올라타 
머언 먼 하늘로 날아오르다가
이 도령 손가락 끝에 딱 걸려서 멈추는구나 

사랑은 사랑으로 족하나니
떠날 때는 
희롱하지 마라 
헛된 미래 약조하지 마라 
  
그렇게 숫보기 마음 헤적여놓고 
훌훌 가버린 너를 위해  
매질을 견디고  
옥살이를 마다 않으니 
정녕 옛이야기처럼  
그 도령 어사출도하여  
경각에 달린 목숨 구해냈을꼬 
그랬더라면 이런 이야기는 전해오지도 않았으리  
해피엔딩은 늘 언해피엔딩의 위로를 위한 가정假定일 뿐 
사랑으로 뛰어넘을 것이 그리 많지 않음을 슬퍼하자   

오늘은 단오  
잔뜩 흐린 하늘 비가 내리니 다행이다 
그네 타던 어느 처녀   
저 도령 손가락 끝에 딱 걸려서 멈추는 일 없겠구나 







식탐이 무섭다


먹으면 죽는다는 복어알 먹고 가난이 죄라 죽었다  
살만해졌는데도 먹을 게 없는 세상 
식탐이 더욱 무섭다  
아귀가 들러붙은 건 아닐까  
목구멍까지 차오르게 꾸역꾸역 밀어 넣는 식탐이 너무 무섭다.   

식인의 풍습까지 생긴 것 같다  

우아한 음악을 들으며 포크와 나이프를 쓰던 여자는 남자를 먹고 남자는 냉큼 집어 먹고 손가락까지 빠는데 여자의 뼈가 오도독 부서진다 여자가 숨도 안 쉬고 삼켜버린 것도 반지를 낀 손가락이었고 남자가 이리저리 돌려가며 쑤셔도 보고 빨아도 보면서 야금야금 해치운 것은 여자의 조개 같은 귀 그뿐인가 금슬 좋은 부부는 남편이 제 눈알 빼서 아내 입에 넣어주고 아내는 제 유두 하나 떼어 남편 입에 넣어준다 아! 달콤한 성찬 누가 누굴 먹을지 모른다
식탐이 무섭다 무조건 먹고 보는 거다 지나친 포식으로 괴로우면 손가락을 넣어 토해내기도 한다 
  
나는 날마다 우리 집 애완견을 잡아먹는다 식탁 아래 엎드린 개에게 고기 한 점 던져주고 입맛 다시는 것을 보면서 나도 입맛을 다신다 살이 올라 쫀득쫀득한 결대로 찢어지는 넓적다리 한 점을 소금에 찍어먹는데 물색없이 고기 한 점 더 달라고 꼬리를 흔들며 엉덩이까지 씰룩거린다 똥오줌 한번 치우는 법 없이 애완에만 충실한 너는 애완견을 이쁘다고 끌어안는다 

사실 나는 너를 잡아먹고 싶다 

끝장 보아야하는 아슬아슬한 성찬이 날마다 이루어지지만 기어코 제 팔 다리조차 잘라먹는 왕성한 식욕으로 복어알 먹고 죽던 시절보다 더 배고파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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