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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2008년 겨울호)/신작시/이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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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희
미술관 구경 외 1편
전시장 문을 밀고 작품 도열한 것 훑는다
액자의 칸마다 얼굴을 집어넣고 손 흔든다
발 빠른 배경이 나와 꾸벅 인사를 한다
도록을 받아 든 사람들이 사진 밑 활자에 주목한다
구경꾼이 전시된 작품을 훑으며 한쪽으로 몰려간다
그림 앞에 파안대소하는 배경이 클로즈업 된다
금박의 꼬리가 날개를 단다
불빛이 제 살을 태우면서도 느끼지 못한
방자하고 뜨거운 환호가 익는 냄새를 풍기며
전시장은 무르익는다
액자의 틀 속을 걸어 나온 그림이 까딱 목례를 한다
화분들이 차렷 자세로 도열한다
카메라맨은 우아한 도록과 그림을 겹쳐놓고
금박을 씌운다
부풀린 봉투가 애드벌룬처럼 공중으로 떠올라 가파른
등벽을 가만 기어간다
천정부지로 팔려 나가는 그의 배경이
봉투를 풍선처럼 부풀린다
산 하나가 와서 화가의 어깨에 센서를 단다
가벼이 찬란해지면서 그 깊은
사람이 죽을 때 25그램이 빠져 나간단다
퓨우-
새어나가는 25그램 그것이
떨림을 감지할 수 없는
영혼의 무게란다
손바닥에 메추리 알 두 개를 올려놓고
저울의 눈금을 체크한다
바늘이 길게 흔들리다 멎는 그 깊은,
방금 쪄낸 시간이 동그란 아니 길쭉한
무드셀라* 모양이다
열렬한 생명의 환희 혹은 아찔한 시간이지만
기억을 능가하는 바람의 색깔이 묻어
가볍고 가벼이 찬란해지면서
그 깊은 경계는 어느 간이역에서
깃발을 펄럭이거나 단단하게 오므라지고 조이면서
아슬아슬한 헌사의 색이 묻어난다
저울에서 몸의 깊이를 재는 일이
하얗다거나 붉다는 걸로 규정할 수 없듯
25그램은 이 지상의 많은 보행자가 가슴에
꽃 하나를 심는 것
딸꾹,
* 무드셀라:좋은 것만 생각하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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