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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2008년 겨울호)/신작시/최휘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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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880회 작성일 09-02-2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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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휘웅

시인 외 1편

그는 말의 유두를 만지고 있었다. 전기가 오는 짜릿한 전율을 온몸으로 느낀다. 순간 하늘을 날고 있는 새의 동작을 보았다. 날개가 우주의 귀를 잡고 흔드는 것을 보았다. 낙엽의 영혼이 팽팽한 바람 등 타고 가다가 태풍의 눈 가장자리에서 그만 긴장의 끈을 놓치고 말았다. 그는 비처럼 낙하하기 시작한다. 그가 떠올리는 말들은 산발한 곡성으로 미처 가슴에 와 닿지도 못한 채 떠돌고 있다. 그 때 산등성이로 넘어가는 유성의 하얗게 질린 미소를 보았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그는 한 발짝도 나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한다. 빈껍데기의 말들이 무성히 자라는 자갈밭에서 그는 답답한 저녁노을이 되고 있다. 열리지 않는 창의 두께만큼이나 두꺼운 말의 뒤에 앉아서 말의 꼭지를 틀고 있지만 먼지처럼 쌓이는 말들의 향연. 이제 시인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눈과 귀로 우주여행을 하고 있다. 엉킨 말들의 행성을 떠돌다가 지쳐 지금 우주정거장 어디쯤에서 잠을 청하고 싶다.




단절의 공간

전화벨, 귀를 잡아끌었다.  
바비공주, 깊은 속눈썹 내리 깔고 있고, 
곰도리 세 마리, 퍼져 누워 있다. 
거울의 눈부신 울음소리. 
시계 초침의 따가운 눈총, 
화려한 외출은 지금 염불중이다.
절벽에 걸려 있는 검은 상의上衣. 
바지는 아직 깊은 잠이 덮고 있다. 
싱크대 위로 떨어지는 낙수 물소리,
의식은 점점 아득한 산골짜기로 잠행 중인데, 
이렇게 눈과 귀 사이에는 아득한, 
깊은 바다가 있다. 
볏짚들이 쌓여 있고, 
메뚜기의 신음소리가 있다. 
벽의 문신을 따라 흘러가는 노랫가락. 
라디오 볼륨이 방안 가득 출렁일 때  
나는 천정과의 거리를 가늠하다가
의식의 지하에서 그만 길을 잃어버린다. 
지하의 모퉁이에는 옛날 
그녀의 하이힐 발자국이 어지럽게 놓여 있고, 
나는 그 발자국을 따라가는데  
습지의 갈대 사이에서 그만 돌이 되어버린다.
나는, 나의 젊은 시절은, 
그렇게 화석이 되어갔다.
세월이 거미줄을 치고, 
박쥐가 깊은 동굴에 천 년을 갇혀 있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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