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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2008년 겨울호)/신작시/안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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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837회 작성일 09-02-2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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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옥

울 밑에 선 봉선화 외 1편

 
울 밑에 꽃이 노랫가락 같다 그걸 나르던 꽃이 있다
누가 씨앗으로 나타나는가 어릴 적 마당에선 꽃을
맞대며 아버지가 휘청휘청 걸어왔다
해마다 다른 꽃이 지나갔다 그 꽃 옆에서, 그 꽃
거둬 가며 우리들은 컸던 것 같다 그러나 모든 꽃을
붙들어 둔 건 나였다 憺이라는 말은 단 한 사람을
위한, 몇 년 전에 그런 형상의 집을 세웠다
집은 나를 천천히 퇴보시켰다 꽃을 심는데도 여섯 살
봄날로 간다 아버지와 꽃은 해마다 흙으로 돌아왔다
내게 꽃을 볼 수 있게 한 건 한 마디 사랑한다는 말 ,
나르던 이는 꽃뿐이다 꽃들도  붙들어 둘 순 없었다
꽃들의 수고에 달아 놓았으리 이런 날은 눈나비처럼       
방금 핀 꽃에서 아버지는 죽어 나는 살아 팔짱을 낀다 
누가 내 앞을 지나가면 이 장면을 찰깍, 한 장만 찍어 줘. 

 


 
 
천지간 조경

 
나무에게도 등급이 있다고 혼잣말하며
천지간 조경집 뒤로 걸어갔어요
눈 맑아지지요 휘휘 늘어진 소나무 사이,
나무의 두께 속으로 실컷, 가 볼까요
나무들은 많은 것을 내어 주고
나는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모두 다른 자태로 잠겨 있네요
수런거리는 잎은 없지만 흔들리는 일도
없어요 소나무는 靜止의 몸이지요
그때 본 것은 떠는 듯한 가지들,
침엽수의 바늘잎들이 허공을 찌르며 버둥거려요
나무 중에서 나무를 본뜨는 주인은 즐거울 것인가
소나무의 굵은 가지마다 쇠줄을 채워 
휘어지게 했네요 어린 소나무도 동패네요
저런 소나무는 잔디가 깔린 넒은 정원에
약간의 둔덕을 만들어 그 위에 심지요
둔덕은 무슨 배려일까요
몇 번은 즐겁지만 잠잠해지지요 靜止의 의미를
당신은 獨也靑靑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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