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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2008년 겨울호) 권두칼럼/고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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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798회 작성일 09-02-2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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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의 비관을 넘어 희망의 새로운 꿈을 꾸는


미국 대선의 결과 전 세계는 인류의 희망을 얘기하고 있다. 미국발 금융 위기로 인해 희망보다 비관이 짙게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터에 흑인 대통령 당선이 가져다 준 세계적 충격은 금융 위기가 무색할 정도다. 백인 우월중심주의가 지배적인 미국 사회에서 아무리 각종 여론 조사를 통해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하지만, 과연, 유색인종이 백인 중심의 오랜 관습을 깨뜨릴 수 있을지의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였다. 
그런데, 이 오랜 관습이 깨지는 선거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민주당 후보 버락 오바마는 세상의 온갖 편견을 보란 듯이 날려 보내고, 당당히 새로운 지도자로 미국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 촉각을 곤두세운 세계시민들은 마치 자신의 나라의 지도자를 뽑은 것인 양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양심적 세계시민들은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을, 미국이란 개별 국민국가의 지도자가 선출되었다는 차원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세계의 갈등과 분쟁, 그리고 대결로 인해 평화가 지연되었던 데에는 여러 이유가 존재하지만, 미국 공화당 부시 정권이 추진한 미국 중심의 일방통행 식 정치적·경제적 국제 관계의 잘못이 크다. 중동에 대한 끊임없는 갈등과 분쟁, 북핵 문제를 에워싼 동아시아 국제정세의 난기류,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의 파행으로 인한 전 세계 경제의 위기 현상, 나날이 극도로 파괴되어가는 지구 생태계의 문제, 갈수록 심각해지는 전 세계의 사회적 양극화 현상 등의 밑자리에는 부시 정권이 추진한 일련의 잘못된 정책이 자리하고 있음을 쉽게 부인할 수 없다. 하여, 미국은 변화를 받아들인 것이다. 더는 공화당 정권의 정책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삶과 현실에 수용되어서는 곤란한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만,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당면 과제를 순조롭게 해결할 수 있고, 무엇보다 불행이 아닌 행복을 적극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삶인지에 대해 미국 국민들은 현명한 판단을 한 것이다. 물론, 이번 미국 국민의 정치적 선택을 과대평가하는 것은 금물이다. 항간에서 경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미국일 뿐이다. 비록 흑인 대통령이 당선되었지만, 오랜 세월 동안 미국의 일상 속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백인 우월중심주의 가치관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란다. 오바마에 대한 미국의 선택이 당장 미국과 세계가 직면한 온갖 위기의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너무나 순진한 사람일 것이다. 미국 역시 서구이며, 서구는 오랜 세월 아시아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을 지녔으며, 이것은 ‘미국=서구’가 숱하게 보여준, 아시아에 대한 (무)의식적 태도의 역사적 경험이 증명해준다. 
하지만, 세계의 양심적 지성들이 앞으로 펼쳐질 오바마 정권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금까지 힘 있는 자의 관점에서만 세계를 인식했던 데서부터 탈피하여, 약소자들의 관점에서 세계를 인식하고, 인류의 공통된 문제들을 평화적으로 해결해나가고자 하는 그의 의지에 신뢰를 두기 때문이다. 두루 알 듯이, 오바마의 두 아버지는 케냐인이고, 인도네시아인인데, 이것은 백인중심주의 사회에서 변방으로 소외되었던 아프리카와 아시아적 삶의 어떤 유전 인자적 요소를 몸에 지니고 있음을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흑인 슬럼가에서 흑인들을 위한 각종 사회복지정책을 입안하는 데 많을 힘을 기울였다. 말하자면, 오바마는 전 세계에서 가장 궁핍하고 소외된 자들을 위한 정치적 실천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 같은 점은 그가 미국의 다른 정치가들이 지니지 못한 정치적 특장特長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즉, 그는 정치권력을 위로부터 구사하는 게 아니라 아래로부터 솟구치는 정치권력의 건강성을 소유하고 있었던 셈이다. 아마도 이 같은 오바마의 개인 이력이 변화를 진정으로 갈구하는 미국 국민의 선택을 끌어내는 데 유효했을지 모른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좀 과장된 감이 없지 않으나, 세계는 오바마 이전과 이후로 나뉠 수 있다고 말이다. 이른바 ‘BO세계(Before Obama)’/ ‘AO세계(After Obama)’가 그것이다. 그만큼 이후 펼쳐질 전 세계의 삶과 현실이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된다는 말일 것이다. 우리는 바란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미국이란 한 개별 국민국가의 이해관계를 전 세계에 관철시키고자 하는, 부시 정권과 또 다른 미국의 패권주의를 심화시킬 게 아니라, 세계의 여러 차이를 지닌 존재들을 존중하는 가운데 세계의 온 인류가 평화의 가치를 소중히 다듬어나갔으면 한다. 그 계기를 오바마 정권이 앞당겨 실현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리토피아≫ 이번 호의 특집은 지금, 이곳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펼치고 있는 신예들의 문학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들의 글쓰기는 치열하다. 열정적이다. 문제적이다. 그리고 당차다. 한국문학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그들의 문학은 새롭되, 새것 콤플렉스에 젖어 있지 않다. 그들의 문학은 이 땅의 삶과 현실에 밀착해 있다. 각기 개성을 마음껏 드러내면서, 그들만의 언어와 미의식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삶과 현실을 정직하게 대면하고 있다. 그들이 얘기하는 자신만의 문학관을 통해, 덜 다듬어졌되, 기존의 한국문학에 안주하지 않고, 한국문학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힘찬 패기를 감지할 수 있다. 그들을 통해 한국문학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희망을 품어보았으면 한다. 마치 오바마의 출현으로 세계의 비관을 넘어서는 희망을 품어보듯이 말이다. 그들이 바로 문학적 오바마‘들’이 아닐까.

독자 여러분에게 드릴 말씀이 있다. ≪리토피아≫는 혁신호를 준비하는 중이다. 다양한 매체가 나름대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바야흐로 언제부터인지 한국문학은 매체의 르네상스를 만끽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작자들의 창작 공간이 그만큼 널리 확보되고 있다는 것 자체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외화내빈外華內貧이라고 했던가. 한국문학의 양적 팽창은 놀라운 현실이되, 한국문학의 질적 도약이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매체마다 엇비슷한 기획에 머물러 있으며, 무엇보다 한국문학의 경계 안쪽에서만 자족한 채 한국문학의 경계 바깥으로 문학적 지성의 건강성을 확산시키지 못한 한계에 봉착해 있다. 매체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 매체의 틀을 과감히 벗어나는 것 자체가 두려워서인지, 매체의 혁신을 도모하기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뻔히 알면서도, 매체의 혁신을 도모하지 않는 것은 한국문학의 위기를 더욱 부채질 할뿐이다. ≪리토피아≫의 혁신은 단순히 계간지의 새로운 몸바꿈이 아닌, 한국문학의 계간지 시대인 오랜 관습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말한다. ≪리토피아≫는 종래 계간지들처럼 틀에 얽매이지 않은, 그리하여 관성화된 편집을 지양하고, 좀더 빠른 몸놀림을 취하되, 생산적 이슈를 통해 한국문학의 안팎을 횡단하는 매체로 거듭나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드린다. 겨울이 가고, 다가오는 신생의 봄을 꿈꿔본다. 

2008년 11월
고명철(본지 편집위원, 문학평론가, 광운대 교수)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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