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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 신작시/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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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55회 작성일 09-01-19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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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
수박궁뎅이 외 1편


수박 한 뎅이 골라주세요 하면
남자건 여자건 툭 툭 철퍼덕 철퍼덕
그녀 궁뎅이를 두드려댄다  
소리가 잘 나고 매끈매끈 도드라진 것이
사랑을 무진장 받아 달고
속도 꽉 차서 아삭아삭 녹을 거라고
야릇한 웃음을 흘리며 쓰윽쓱 만진다
저 정도 궁뎅이면
수박 새끼야 수도 없이 낳았을 테고
요즘세상이 다 그렇고 그렇지 핑계를 대며
호박이야
참외야
뒹구는 대로 까질러댈 수 있겠다 싶어
슬쩍 울화통이 치민다
열불 낼 실오라기 힘도 사라진 줄 알았는데    
살갗까지 실컷 핥아먹고 궁뎅이 밭아  
버림받은 여자를 알고 있는 터
이 튼튼하고 펑퍼짐한 궁뎅이를 요리저리 굴려본다
서지를 못해 눕고 앉아만 있다보니
밑구녁이 누렇게 열창을 맞았다
그러고도 아직 탱탱 물오른 궁뎅이가
아무 때고 쩌억 벌어질 기세다
제 속으로 낳은 자식들 줄줄이
한 줄 두 줄 세 줄 네 줄 다섯 줄 여섯 일곱 열여섯 놈
꼭지부터 밑구녁까지 칭칭
언제 팍- 금 갈지 모를 어미를 탯줄로 매고 있다  
차마 웃지 못하겠다

 

 

 



무늬

어, 어어 안 돼 이러지마
나비 한 마리 차로 뛰어든다
피하려다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하얀 내 차가 제 집인 줄 알았나보다

하마터면 널 받아들여 무늬를 갖게 될 뻔하였다

이미 내겐 잠든 시간에도 놓지 않고
어디든 질질 끌고 다니는
깊디깊은 무늬가 있다

몸서리쳐지게 싫은 것과 지독하게 좋은 것

끓이고 있지 않으려 애쓸수록 치미는
지독한 삶의 먹이여서
휘-익 벗어던지진 못하고
꾸역꾸역 씹었다  

현실과 족보와 근원의 무늬까지
나고 흐르고 나고 흐르고

오오 어쩌냐
민무늬의 환상으로 찰나에 소스라쳤으나

네 죽음의 자유마저 빼앗아버렸으나  
푹 패인 허공 한켠
나비를 앞세워 따라오고 있으니 팔랑 팔랑

송희∙1996년 ≪자유문학≫ 신인상. 시집 '탱자가시로 묻다'. 전북시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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