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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 신작시/김복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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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976회 작성일 09-01-19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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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태
무명씨 외 1편


네모 반듯한 사각 틀에 볍씨를 안친다
겹겹이 덮어놓은 비닐을 뚫고 마침내 세상과 소통이 된 싹들
뾰족뾰족 모음을 튼다 자음을 튼다
물과 사랑의 배경으로 환상의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다
나의 배경은 모래와 황토, 뜨거운 햇빛 몇 장이었으나
껍질 밖으로 잎을 끌어올려

지상에 쓰는 메시지는 완벽할까

양수보다 뜨거운 비닐을 뚫고 나왔으나 이앙기에
가기까지 아직은 멀다
누렇게 뜬 세상에 새파랗게 빛나는 촉을 겨냥한다
매어 달린 이 세상에 내어놓을 드라마는 배수로 밖에 있다

우주는 온통 구멍이라고 볍씨들도 우주에 푸른 구멍을 내는 걸까
푸른 하늘 쪽으로 쏘아 올린다 숱한 생명의 나락들
단단한 삶의 아귀에도 연출은 위태롭다
회색빛 무대 위로 퍼지는 낯선 이름들

 


9시 뉴스

9시 뉴스에는
갈고리에 걸린 소의 살점을 보는 일

장미의 가시에 아카시아
찔레의 가시에 찔린 오월을 건너는 일

수입소에 밀려난 아버지의 황소
코뚜레 잡은 손과 힘줄 파르르 떨며
물대포에 쓰러진 오월을 건너는 일

큰 눈꺼풀 껌뻑이며 지친 소들이
죽어서도 다시 살아 또각또각
바다를 건너오는 일

붉은 노을의 살점들은
무쇠솥 절벽 안에서 솟구쳐 오르고
            
9시 뉴스 밖으로는 한 꺼풀씩 한 꺼풀씩
새로운 역사로 익어가며
네 발굽을 버티고 일어서는 일

김복태∙1997년 ≪문학공간≫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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