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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 신작시/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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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280회 작성일 09-01-1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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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
휴일 외 1편


형상이 형상을 겁탈한다 물기 쪽 빠진다 산이 산을 구름이 구름을 내가 내를 들이 들을 길이 길을 흔들리는 풀꽃이 오호라 찢긴 나비를 겁탈한다 모두가 모두를 물기 쪽 빠진다

배신에서 배신으로 미끄러지는 한낮 몸 바꾸고 싶잖은 나는 터덜터덜 그늘로 숨는다 그늘이 그림자를 먹고 나는 명암이 희박하다 부르르 진저리가 쳐지다 어디에도 소 한 마리 보이잖는데 금세 땡볕 아래 소불알처럼 우후 나는 쳐진다

생산은 언제나 귀찮은 일 삶은 무수한 생산 안으로 쪼개져 숨었다 청맹과니 같은 죽음 때문에 몹시도 나는 바람 분다 우우우 나는 명암이 희박하다 우우우 빛나는 나이를 거들먹거리며 청년들이 거리에 가득하다

저 앞통수의 날들이 나는 무섭다 형상이 형상을 겁탈한다 앞통수가 앞통수를 겁탈하는 날들의 아아아아 불설워라 저 분수의 아뜩함

 

 

 

 


새벽의 할례

어둠이 개에게서 이빨을 빌린다
윤기를 잃은 털들 우수수 빠져나가고
어둠은 단단한 이빨을 드러내며
얼룩진 방구석에 웅크리고 있다
두려움이 너를 삼키고 나면 금방 편안해질 거야
나는 어둠에게 손을 뻗는다

이제 어둠은 제가 어둠이었던 시절을
알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때
겨우 보이던 나는 아예 안 보이게 될까
가까스로 나라고 생각되는 몸을 만진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거칠지도 곱지도 않은, 껍질
거품을 빛내며 마지막으로
어둠이 개처럼 으르렁거린다

마침내 나는 칼을 내려놓는다
버섯들이 온몸에서 돋아나기 시작한다
떨어져 나간 어둠의 표피가 시커멓게 말라간다


김근∙1973년 전북 고창 생. 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 시집으로 '뱀소년의 외출'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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