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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 신작시/박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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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426회 작성일 09-01-1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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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용
양변기에 앉아 외 1편


양변기에 앉아 무심히 떨어지는 소리가
맑다 못해 환상적이다
똥! 똥! 똥!
짧은 스타카토처럼 낙인을 찍으며
시간과 공간이 만나고 있다
억겁을 지나오는 우주의 소리 같은
영락없는 어린 시절 뒷간 소리이다
근심 걱정 털어내는 소리
아직 마음을 덜 비운 것일까
떨어지는 무게를 가늠하기 벅찬 듯
솟구치는 물방울들이 벌이는 향연
자꾸만 저 안에 들어 무얼 하려나
떨어진 것 색깔도 유심히 살피자니
쌍바위골 함성소리까지 참 무심타!
아직 채 비우기도 전에 채울 것을 염려한다
온통 질식하는 분내까지도 블랙홀처럼
물만 내리면 쑤-욱 빠져나가는
세상에서 제일 짧은 참회의 게송을 읊고 있다

 

 


나는 지금 그곳을 물오리섬이라 부른다


나는 지금 그곳을 물오리섬이라 부른다

물이 불면 잠기고
물이 빠지면 섬이 되는 곳
버드나무 한 그루
살랑거리는 물결에
넋을 놓고

물 속에 온몸을 박고
고개를 내밀었다가 들였다가
다시 고개 내미는
갈대 사이로
꼬리 지느러미 한 번 튕기면
물방울 가득히
무늬 짓는 섬

눈에 보이지 않는 물오리 한 마리가
아침 고요를 깨며
황금 갈색 수초 사이를 자맥질하며
세상 밖으로 얼굴 내미는 찰나
팽팽한 하늘에 섬이 있다

섬으로 떠났던 짧은 순간의 여행
섬이 되어 돌아오는 지금
나는 그곳을 물오리섬이라 부른다


박남용∙1968년 옥천 출생. 1998년 ≪시세계≫로 등단.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 강사. 논문으로 「애청 시의 근대체험과 시적 이미지 연구」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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