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31호 신작시/최동은
페이지 정보

본문
최동은
저수지 너머 외 1편
뻐꾸기 박새 꿩 무슨 새 무슨 새들이 울어 울어서
그 울음소리 한데 버무려져 저녁은 오네
밤나무 상수리나무 때죽나무 무슨 나무 무슨 나무 이파리들이
어둡게 흔들려서 저녁은 오네
오이덩굴이 제 몸을 감아서 가지 알맹이가 가지색이어서
호박순이 순해서 저녁은 오네
들쥐들이 무덤을 돌아 원추리꽃 기울어진 들판으로 발길이 번져
저녁은 오네
저수지 너머 풍경이 내 그림자와 오래 겹쳐져 둑처럼 쌓여
저녁은 오네
우묵한 길이다가 집이다가 처마 밑이다가 여기까지 걸어온 나도
한 저녁이네
술래, 사라지다
나는 죽었는데 비행기가 날아가네
흰나비를 따라가며 개가 짖네
개를 따라가며 사람이 짖네
사람을 따라가며 자두꽃이 떨어지네
나는 죽었는데 시외버스가 먼지를 일으키며 가네
나는 죽었는데 옥수수밭 고랑에 서 있네
열두 살 적
회오리바람 속으로 빨려들어 간 술래
느티나무 길을 다시 걸어와
오래 밥을 먹고 있네
최동은∙2002년 ≪시안≫으로 등단.
추천3
- 이전글31호 신작시/박정규 09.01.19
- 다음글31호 신작시/진해령 09.01.1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