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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 신작시/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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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964회 작성일 09-01-19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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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규
바람개비 외 1편


우리 할머니 고부랑 부지깽이로 죽은 불씨 다독이며
어두운 시를 왜 쓰느냐고 고래고래 나무라는 바람에
슬픈 문자들이 우두둑 떨어지는 시절
가을운동회 만국기 아래도
등하교 코스모스 자갈밭 길에도
바람은 지구를 수 바퀴나 돌아 앞산 등성에 있었습니다.
해풍이 쏟아지는 갈대밭에도
갯벌 아낙들 하얀 허벅살에도
바람은 덕지덕지 붙어 가슴으로 올랐습니다
언론에 들락거리는 시인의 시집을 읽으며
‘아리송해’를 엇박자로 흥얼거리던 날에도
흔적 없고 냄새 없는 바람에 눈동자 빙빙 돌았습니다.

노랑머리 아가씨가 유혹하는 바람에
낯선 기호들이 몰려오며 떨어지는 환율과
폭염처럼 올라가는 물가에도 바람은 존재할까요
찜질방 같은 촛불들이 서울 광장에서 해안 포구까지
넷을 타고 피서를 오는 날은  
바람개비의 추억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경계에 관한 사색

물도랑으로 휘감아 도는 굽이의 여울목에
혼을 담아 죽은 자들의 거친 숨소리를 들었다
“동민 여러분 오늘도 밤새 안녕하십니까?”
이장님의 알림이가 여명을 타고 와 생을 깨우면
텅 빈 가슴에 새벽안개가 쌓이고
검은 하늘이 아침노을을 승냥이 떼처럼 몰고 와
무의식의 사색은 풍경소리의 파장으로 혈관 속에 스며든다.
그녀는 어둠을 파하고
파르테논 신전의 부끄러운 홍조로 초경의 처녀가 되어
산모의 산고처럼 가파른 우듬지에서
동심의 풍선이 되어 아침이슬을 띄운다.
지구 중심에서 파문으로 확산되는 관념의 나이테 같이
아침은 또 그렇게 밝아오고
이장님의 앰프소리가 삼생을 윤회하여
경계의 벽을 메아리로 울리면
그녀의 얼굴이 태양으로 쏟아진다.
사색의 경계에서
하얀 신발 코는 갈 길을 잡고


박정규∙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탈춤 추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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