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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 신작시/석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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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03회 작성일 09-01-19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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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정호
상어고기 외 1편


아내의 위장 속에는 예쁘고 끔찍한 혹이 하나 있었다
나는 며칠 전 시장에서 상어고기를 사온 적이 있다
뚝뚝 흐르는 그 피를 아내는 냉장고에 넣었었다
아내를 어쩌나, 심장이 땅에 떨어지고 물고기가 펄떡거렸다
보따리를 지키느라 어느 골목길에서 맞은 화살일까
무엇이 아내의 동굴 속에 저토록 속을 감춘
눈알을 박아두었을까
밤새 어두운 골목 쪽으로 나는 돌아서 있었다
며칠 뒤 아내는 상어를 끄집어내어 구워 먹은 후 병원으로 가서
혹을 떼냈다

단순한 물혹이라는데,

아내는 그후 조용해졌다
이빨을 보이며 해역을 지키던,
가족을 헤엄치게 하던 아내! 누구나 때로는 상어가 되는 법
아내의 상어는 어디로 갔을까
나는 조용한 물그림자로 떠서 기다리는 것이다


 

 

도가니탕

늦은 봄날 오후 도가니탕 식당
늙은 어미와 벌써 고랑 깊어진 주름의 아들이,

엄니, 수술이 잘못 돼서 영 걷지 못하면 어째유?
글씨, 다리병신 되면 어쩐다냐?
도가니가 무릎 관절에 좋대유 많이 드세유
그려

머리를 맞대고
자꾸만 쇠진해가는 무릎을 건지고 있다

살점 한 덩이가 어미의 그릇으로 넘어가고
등에 업히지 못해 울던 기억 하나가 건너간다
동구 밖에서 캄캄하게 기다리면 어둠이 온몸을 포박해도
보퉁이를 머리에 이고 허적허적, 올 듯 안 오던 무릎

꽃가루 지는 봄날
어미는 새끼에게 늙어가는 길을 보여 준다
세상의 밭고랑들에서 울며 빠져나간 무릎들이
국물 속에 떠있다  
꿀꺽 무릎 없는 늙은 소가 조용히 넘어간다


석정호∙2005년 ≪월간문학≫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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