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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 신작시/최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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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29회 작성일 09-01-1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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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화
너무 멀다 외 1편


그녀는 제발
산소마스크만은 씌우지 말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한다

나무토막으로
응급실에 눕게 되자
자식들은 눈물로 산소마스크를 씌웠다

움직일 수 없는 코끼리
상아가 묻힌 구덩이를 찾아가야한다
기억하지 못할 시간을 꼬리에 매달고
상아를 묻으러 떠나야한다

그녀의 동공에 흐르지 못하는 눈물이 맺힌다
아무도 이 슬픈 시간을 잘라주지 못한다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 삶을
포기할 자유를 주문했건만
마지막 자유를 선택할 자유는 없었다

가는 길이 너무 멀다

 


음표가 떠다니는 한 마디

멸치국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마음은 하얀 국수 가락처럼 말린다
넉넉히 구수해진 국물 속에
초생달 같은 영혼들이 음표를 남기고
세상 밖으로 사라진다
국물 속에서 슬픈 노래가 흘러나온다
가다랭이의 뽀족한 이빨
화살오징어의 질긴 빨판
팔분의 육 박자가 떠다닌다
그가 남긴 바다 속으로
바싹 말랐던 내 마음이 옷고름을 푼다
내림마단조의 마디 안에서


최진화∙2005년 ≪문학나무≫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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