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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 신작시/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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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810회 작성일 09-01-1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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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교신 외 1편


-은밀한 어둠 속
                           Estatic Fear*와의 키스는 황홀하다

바람 밑으로 몸 낮추는 사냥이 시작 될 때
흰 목덜미를 핥고 싶어 하는 것은 송곳니뿐만이 아니지
쉿! 들어봐!
좁혀지는 간격 속에서 요동치는
달빛 숨 꺾이는 소리
뭉툭한 괴성들이 수풀 사이를 빠르게 지나가도
빗물이 흐르는 손끝으로 그를 만져서는 안 돼

너는 소리로 만들어진 4옥타브의 윤곽 
레와 파 사이가 깨진 오선지를 물고
너를 해독하고 싶어, 귀를 내밀면
어느새 뒷목에 닿는 뜨겁고 축축한 숨결
손톱 밑으로 태양이 떠오르기 전
나를 삼켜 줘, 네 소리 안에 가둬 줘
발가락을 깨무는 빛 무더기를 견딜 수 없어
시큼한 너를 한 입 가득 베어 물면
음역 속으로 모든 감각들은 모공을 열고
소유되고 싶어, 애원하게 만들지
벽 모서리에 갇힌 나를
충혈 된 눈동자로 만지는 스탠드
스러진 것은 그림자뿐이었고
고통을 멈추게 할 암호는 반음 낮은 플랫 솔
이해하려는 나쁜 습성을 버릴 게 
널 만질 수만 있다면
*Estatic Fear. : 오스트리아 출신의 고딕 메탈 그룹. 비장함과 슬픔의 극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음악으로 고딕 메탈계의 최고 그룹이라 칭함.


구멍 속에는 누가 사나


한 쪽 다리가 불편한 오후 일곱 시를 세우며 차마 움켜잡지 못한 주먹 속 구멍으로 그녀가 절뚝거리며 들어간다 구멍에는 구멍보다 더 큰 머리를 가진 사람들이 둘러 앉아 얼굴을 지우고 있다 스물 하고도 네 번 해가 닳아도 기억을 꺼내 놓지 않는 사람들 그녀는 다시 구멍 밖으로 나가기 위해 순한 웃음을 예리하게 갈아 금 간 벽마다 몰래 숨겨 놓았지만 웃음소리는 밤만 되면 키득거리며 튀어나왔다 

그녀에게 안개 낀 강은 커다란 구멍이었다 구멍 안으로 들어간 그녀를 꺼낸 구멍 밖, 혹은 또 다른 구멍 속의 사람들은 죄다 귀가 지워져 있었다 참으로 길기도 한 그녀의 병명은 행복한 사람 강박관념을 가진 말기 외로움증이었다 그녀가 스스로 입을 지워버린 것은 그때였다 귀가 없는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지껄이는 말들은 더 이상 그녀의 식도를 타고 넘지 못할 것이다  

낡은 치맛자락이 거울 속으로 사라지던 날, 사람들은 그녀가 구멍을 빠져나간 것이라고 수군거렸다 그녀가 빠져나갈 구멍을 마지막으로 삼키는 것을 본 거울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가여운 그녀를 위해 와장창 쏟아져 내리는 바로 그 순간 비로소 사람들의 귀가 다시 돋아났다 



오늘∙2006년 ≪서시≫로 등단.

추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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