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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 신작시/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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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732회 작성일 09-01-19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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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생각하는, 사람 외 1편


강아지 한 마리 
허리 세우고 앉아
유리창 너머를
한참 동안 내다보고 있다
저도 무슨 생각이 있는가
그 모습 물끄러미 바라보며
덩달아 사람의 생각이 깊어진다
뜨거운 심장으로 청동을 생각하게 했던
로댕의 손이 되살아나
저 강아지를 빚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가 모르는 시간과
우리가 모르는 풍경을
저는 만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유리창 너머를
가만히 내다보고 있는
강아지 한 마리를 바라보며
문득 세상이 조용히 앉아
턱을 괴며 생각하기 시작했다


바다 피아노
―종포 새벽 어시장에서

고무장화 밑에서 바다가 출렁이고 있어
넙치 도다리 서대로 펼친 차양 아래 
갈치처럼 늘어선 도매인들의 수手신호가
여수바다 푸른 물길을 헤치며 
빠르게 자맥질을 하기 시작했어
숨어있는 물고기를 찾기 위해
쉴 새 없이 펴고 쥐는 손가락 사이로
나는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있어
하루치 노동이 숨 가쁘게 경매되고
여기 저기 손님을 부르는 소리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좌판을 펼치고
아직 살아 펄떡이는 바닷물고기들은
피아노 음표처럼 톡톡 튀어 오르고
소금의 음표들을 입에 물고
갈매기들이 바다로 날아가고 있어
만선의 깃발을 단 배가 들어올 때마다
여수의 골목이란 골목은 
총총총 여기로 모였다가
동이 동이 섬들을 머리에 이고
바쁘게 돌아가고 있어
내 몸에도 바다가 출렁거려
가만히 있어도 지느러미가 돋아나고
그가 나의 건반을 두드리고 있어
후끈 달아 오른 붉은 아침이 
출렁, 바다 위로 다시 몸을 던질 때
팔짱을 끼고 피아노 연주를 듣던 
거문도쯤에 사는 바다도
안단테에서 알레그로 걸어가고 있어

*유태계 폴란드인인 피아니스트.



박혜연∙2007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추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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