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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 신작시/안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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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33회 작성일 09-01-19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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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학
파초 외 1편


땅 속으로 간 사람들이 보내오는
두루마리 편지 한 잎 펼치는데 열흘 걸린다

오월에 읽는 편지 오월에 돌아가신 아배 편지
열일곱 가출했을 때 돌아오라던 아배의 편지 같은
너울너울 두루마리 한 장
어느 날은 청개구리가 읽고 가고
어느 밤은 호랑지빠귀가 읽고 가고

동짓달에 죽은 누이 편지 동짓달이면 올까
식모살이 하면서 까까머리 내게
공부 열심히 하라던 그 편지 같을
동짓달 두루마리 한 잎은 아무래도 다 못 읽을 것만 같아
밑동 잘라 짚으로 꼭꼭 여며나 둘까
어느 날은 눈이 내려 봉긋할 것만 같은
어느 날은 바람이 불어 설렐 것만 같은

언제쯤이면 나도
말 못할 내 마음 속 두루마리 한 장 자랑스레 펼쳐 들면
아배도 누이도 한 줄기 소나기로 읽고 갈 것인가
지금은 눈 내려 아득한 내 마음 속 편지를
바람이 분다

 


858-0808

권정생 선생 생전의 집 전화번호
콩팥이 안 좋아서 이마저 그런가 하며
팔어팔으 콩팥콩팥으로 외워둔 전화번호
돌아가시고 재단으로 기어코 살려왔다

거기 공판장이지요
난데없이 공판장 찾는 전화가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온다
전화번호를 괜히 살렸다고 투덜대자
문득 공판장에서 몇 번인가 번호를 사겠다는
전화가 왔다던 선생 말씀 생각난다

선생은 어땠을까
공판공판 공판장 전화 수도 없이 받고 화를 냈을까
여일하게도 여기, 공판장 아이시더 했을까
그래라도 사람 목소리 듣고 싶었을까, 아니면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을까, 그도 아니면
사람들이 불편할까봐서 그랬을까
그래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지
마음을 다잡다가도 끝내는
공판공판이 아니고 콩팥콩팥이라니까요
덜컥 끊어버린다
나는 채로 멀었다.


안상학∙1962년 경북 안동 출생. 198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그대 무사한가', '안동소주', '오래된 엽서', '아배 생각'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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