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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 신작시/박종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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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58회 작성일 09-01-19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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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빈
상사화相思花 외 1편


퇴근을 하자 구두는
운동화로 변신한다
저녁의 산책길은 시인의 출근길

한 걸음 내디디면 아파트 보행자 도로는
숲에게 길을 내어주고
낮과 밤의 경계가 모호한 시간
월급쟁이도 시인도 아닌 그가
시간의 꽃 한 송이 앞에
서성이고 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상체만 돌려 인사하다 그와 마주치자
얼굴보다 큰 안경을 고쳐 쓰고 종종종
아파트 쪽으로 사라지는 여자 아이

누구였을까 의아해 하며 그는
아파트 쪽으로 한 발 내딛는다
학원 가방을 매고 아파트의 저녁으로 사라지는
여자 아이에게 그는 또 누구였을까

그와 아이가 눈을 마주친 순간
불갑사, 잎은 떨어지고 상사화
꽃이 피었다

아이와 그가 눈을 마주친 순간
불갑사, 꽃은 피고 상사화
잎이 떨어진다  

 




노을

새떼들이 햇빛을 접어
저수지에 소리 없이 내려앉으면
정지된 듯 반짝이는 시간들

그대 침묵은 저 물결 같이
어깨만 들썩이며
붉은 울음 삼키고 있구나

바보 같이
바보 같이 길 위에서
또 하루가 저문다


박종빈∙1993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5년 ≪시와상상≫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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