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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 신작시/이대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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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999회 작성일 09-01-1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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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흠
슬픔의 씨 외 1편


한 빗방울이 떨어지고
다른 빗방울이 떨어지는 그 사이를
천 년이라고 하자
한 빗방울과 다른 빗방울 사이의 거리를
천 리라고 하자

천 년 동안 비 내리고
지척인 천 리는 구름에 가려졌다
그렇게 천 년에 달팽이 껍질 하나 뒤집어쓰고
내 그대에게 여러 번 다녀왔으나

천 리 먼 길에
마음 발바닥 짓물러졌으나
다리가 다 닳아 자라발이 되었으나
그대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한 빗방울과 다른 빗방울의 사이
그 아득한 거리에
빙하기에 묻혔으나 다시 발아한다는 연씨 같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슬픔의 씨 하나 있는 것이다

수많은 천 년을 지나고
수많은 천 리를 사이에 두고
나 그대를 향해 우두커니 서 있는 이 생을
천형이라고 하자
천직이라고 하자

 



오르드르

당신은 갯메꽃 사이에 앉아 있구려
갯메꽃 속에서 갯메꽃 꽃잎 같이 웃고 있구려
갯메꽃 되어 파도 소리
쌀 이는 소리 같은 파도 소리에 귀를
흘리고 있구려 오르드르
파도로 파도를 벗는 소리
몸이 몸을 지우는 소리 오르드르
그럴 때면 당신의 몸은 한없이 투명해져서
물비늘 되어 흘러갈 것 같구려
당신은 갯메꽃 그늘 같은 영혼을
갯메꽃 향기 같은 숨결을
갯메꽃 이파리 같은 갯메꽃
줄기 같은 세월을 가지고 있구려
오르드르 오르드르
그 시간에 몸을 묻으면
잔모래처럼 마음이 서걱거려서
나도 그만 아플 것 같구려
당신은 갯메꽃 되어 앉아 있구려


이대흠∙1967년 전남 장흥 생. 1994년 ≪창작과 비평≫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물 속의 불', '상처가 나를 살린다'. 장편소설 '청앵'. 산문집 '이름만 이삐먼 머한다요''그리운 사람은 기차를 타고 온다'.현대시 동인상, 애지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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