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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 신작시/우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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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대식
향연饗宴 외 1편
무우사無憂寺라는 절이 있다. 근심이 없다는 말, 좆같다. 늘 좆이 근심인 내게 그 절 이름은 근심을 더해 준 셈이다. 근심은 세리稅吏와 같다. 시인 심보선은 이를 신의 반열에 올라선 스트레스라 했다. 죽음이 신이라고 믿고 살아온 나 같은 놈은 한심하다. 신도 없는 죽음으로 떨어져 마땅하다. 근심 없는 한 세상을 살면서 무력한 자신의 사타구니를 몇 번이나 핥으리라. 케냐의 동물원 같은 곳에서 꼬리를 휘휘 저어 파리나 쫒는 일을 하리라. 근심 없는 세상에서 근심에게 근심을 던져주는 신이 되어, 단독자가 되어 향연을 베풀고 싶다. 아무도 초대하지 않은 근심의 향연.
우중방학雨中放學
담배 한 갑
커피 넉 잔
저 끝에 소주 한 병
공을 치는 하루
빗방울이 발목까지 왔다가고
완강한 심줄이 돋아난
몸을 다독여
자리에 눕히는
창밖에는 비
몸은 진진津津
마할리아 잭슨이 부르는 노래
내가 어렸을 적
내가 어렸을 적
지금과 똑같이 검은 영혼이었네
빗속에서
검은 빗속에서,
우대식∙1965 강원도 원주 생.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늙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다', '단검'. 산문집 '죽은 시인들의 사회'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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