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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호/신작시/조경선/글피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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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호/신작시/조경선/글피 외 1편
조경선
글피
그저께가 힘들어 모레는 글피를 잊은 걸까
월요일이면 글피는 토요일이다
얼마나 좋으냐 반공일半空日
오늘과 내일이
현장에서 막일하는 목수 시인
다가올 글피는 나이를 센다
글피까지는 담배가 필요해
목수도 시인도 팔려나가지 않는다
내가 죽어있구나
내가 죄가 많았어
오늘이 머쓱해져서
어제 지나간 사람들이 까칠해진다
그 글피 멀어 다가올 일요일이 아프겠네
그저께 어제 오늘 來日 모레 글피
내 것이 아닌 내일을 싫어해
글피가 지나면
나는 우리 기와집과 시를 지을 테야
모레는 다 써버린 글피의 다짐
연기처럼 본래 없던 오늘이 살아남는 일
대나무
죽창은 되지 말아야지
끝이 뾰족해지는 것은
올봄에도 살아 있다는 것이지
창문 앞에 있는 나무야
이 파란 싹들아
새순이 두렵거든 아침을 노래하라
쉬어가는 마디여
거침없는 젊음아
깃발을 꽂지 마라
찬바람에 휘어져도 좋으니
휘파람새를 부르자
밤이 짧거든 흩어져 홀로 서거라
화살이 되어도
웅대한 표적은 쌓지 말자
텅 빈 속내 읽혀도
구멍으로 숨지 않는 마디를 보아라
외곬이라는 밑동이 잘려
반쪽을 줄지언정 구겨지지 말자
*조경선 2012년 《포엠포엠》으로 등단. 2016년 <매일신문> 시조 당선. 시집 『목력』. 천강문학상, 시흥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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