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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호/신작시/채종국/장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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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호/신작시/채종국/장미 외 1편
채종국
장미
ㅡ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시간 때문이야*
흔한 꽃이지만 흔한 아름다움은 아니었어
흔한 이름이지만 흔한 네가 아니었던 거지
봄볕을 좋아하는 너는
마른 담벼락 같은 내게 뿌리 내렸어
함께 커피를 마시고
함께 밥 먹고
함께 손 잡고
함께 살내음 울음을 듣던
깊은 잠행의 소행성
네가 그토록 소중한 것은
너를 위해 내가 공들인 시간 때문일까?
그럴 거야, 네가 정말 소중한 건
내 존재에 호흡을 입혀 주었기 때문이야
공을 들인다는 건
내가 가꿔온 시간에 너를 꽃피운다는 말
흔한 꽃이라 말하지만 이미 넌
내 존재의 완성인 걸
네가 소중한 건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너의 가시가
내 목에 걸려있기 때문이야
*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중.
포옹*
그리 탐스럽지도 않아
그런데도 뼈가 으스러지는 날이 많아 보였어
탐닉에 탐닉을 더하면 격렬해지는 법
사랑이 이토록 불편할 수 있다니
노란 몽환을 덮는 담요 아래
종잇장처럼 구겨진 격렬의 흔적
격렬에서 죽음까지의 완성
그때마다 넌 진실을 보여주어야 한다 했지
왜곡된 육체라 말을 하지만
너의 내면의 반듯한 정신은 아니었는지,
나의 시선이 왜곡된 건 아니었는지 몰라
사랑과 죽음이 등가의 형태를 입은
숨 멎은 환희이자
엉겨 붙은 죽음의 두 덩어리
내 관능과 욕망의 어리석은 포르노그래피
네 관능과 욕망의 절대 구원
* 에곤 쉴레의 그림.
*채종국 2018년 《시와경계》로 등단. 신라문학대상 시조부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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