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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호/신작시/김숙영/선영線影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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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03회 작성일 20-01-1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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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호/신작시/김숙영/선영線影 외 1편


김숙영


선영線影 외 1편



입시학원 선생님은 사과를 드로잉 하지 말고
사과를 살리라고 했어요
내가 접시 위에 앉아 있어요
수십 개의 눈동자가
사과처럼 놓여있는 나를 주목해요
알몸을 보고도 빨개지지 않아요
4B 연필을 들고
당신이 왼쪽 눈을 감으면
사과의 뒤쪽까지 보일까요
두 시간만에
비스듬한 그림자까지 옮겨지는
사과 옆에서
당신은 연필이 다 닳아질 때까지만
연애하자라고 했지요
무릎 아래와
무릎의 위 온도가 달라졌는데
그건 나만 알고 있는 사실인데
손의 용도를 하나 더 배우고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그림자가 잔뜩 젖어있어요
한 시간 전과 한 시간 후의 기분은
왜 이렇게 다를까요
남겨진 나와 남은 당신이
비대칭이 되고 마는데
사과를 완성해야
목요일의 가능성이 열리는데
언제쯤 사과를 빠져 나와야 하나요
언제까지 떨이처럼 쉬운 사람이 되어야 하나요
사과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고 있는데…


* 선영 : 소묘나 제도에서 간격을 좁힌 선을 병렬시키거나 교차시켜 나타낸 그늘.





뉘앙스



너만 알고 있어
네가 내 꿈속에 다녀간 거
왼쪽 얼굴에 슬쩍
어제의 말을 올려놓고 울먹인 거
넌 아무것도 아닌 척 연기를 했지
수요일의 소파처럼
목요일의 프린터처럼
금요일만 되면 어디론가 사라졌던 골프 가방처럼
일요일엔 사각 팬티가 삼각으로 둔갑을 해도
난 백 년 동안 웃을 수 있는 사람처럼
월요일의 말단 직원처럼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뒤돌아서고 말았지
사물을 사랑한 사물처럼
넌 객관적으로 징후를 남기려 했고…
아는 척보다 잔인한 건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거라서
화분 속 녹색을 뒤집어쓴 식물처럼
소문을 숨기고
독백을 삼키면서
난 무럭무럭 슬픔을 키웠지
나만 알고 있을게
돌아설 때 언제나 복도가 길었던 거
만약 이별에도 복도식이 있다면
나는 지금도 미끄러지고 있을 거야
비웃음을 삼킨 달빛을 받으면서
뒤돌아보지 않는 것만이
나의 유일한 주저흔이라고 믿으면서
끝을 계속 덧대고 있을 거야
그런데 말이야 어디서 어디까지가 너의 꿈속이니





*김숙영 2019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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