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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신작시/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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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712회 작성일 09-01-1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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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삼류의 거리·12 외 1편
―계절마다 환자였다

봄마다 신열이 꽃으로 핀다 살이 툭 터지면 새싹이 올라오고 꽃봉오리가 맺히기도 전에 목이 잘리는 꿈을 꾼다 때로는 바람의 망나니를 만나 형장으로 질질 끌려가는 나를 본다 살려달라고 애원도 해보았다 계절은 그 때마다 나를 죄인 취급했다
녹음이 우거지자 숲은 푸른 수액을 모은다 목이 마른 나는 매미처럼 나무에 붙어 맴맴을 도시를 향해 외친다 병원비를 벌겠다고 떠난 누이를 부르다 자지러진다 콘크리트 벽에 목소리가 잘려나가는 순간 허물만 남은 나의 육신을 확인한다
가을 산에는 낙엽들이 울고 있다 엄마도 그랬다 마지막 잎을 떨구고 혼자만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나무처럼 바람에 나를 던져놓았다 자식을 버린 나무를 보자 내 몸에선 소름이 돋듯 톱날이 튀어나와 쉴 새 없이 가을을 잘라낸다
몸에서 기다림이 벌목 되어 나간다 겨울 아궁이에 던져진 열병은 서쪽 하늘을 물들인다 노을 앞에서 새싹의 기억은 낯선 계절병으로 다시 태어나 자꾸 굴뚝으로 파고든다

푸른 살이 고사목처럼 메마른다 고로쇠나무를 찾아 수백 개의 바늘을 꽂아 내 혈관으로 수액을 끌어들이지만 병증은 계절만큼 깊어진다


삼류의 거리·10
―번지점프였다


탯줄을 잡고 자유낙하를 한다
시간은 수 만 개의 알갱이로
원심분리가 일어난다
이가 나간 개밥그릇 찾아, 복날
위성 도시의 후미진 보신탕집으로
더러는 거미처럼 다른 생을 노렸다
순간, 눈을 감았다
연어처럼 붉은 알을 낳기 위해
고향 당산나무를 거슬러 올라간 기억도 있다



다, 툭~

영사기가 정지한다, 거리의 영화제가 개막한다



김희정∙1967년 전남 무안 출생. 2002년 <충청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3년 ≪시와 정신≫ 신인상 당선. 시집 󰡔백년이 지나도 소리는 여전하다󰡕. 산둘아카데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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