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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신작시/유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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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임
노출 외 1편
맞은 편 아파트 옥상, 잠망경 같은 환풍구가
날마다 나를 엿보고 있다.
(그 여자의 전화번호는 866-0000입니다)
어딘가로 타전하는 전파소리가 창밖에서 부는 바람소리로 들린다.
따르르릉
전화기가 울린다
여기는지방검찰청인데요첫번출두명령을어기셔서전화했습니다.더자세히알고싶으시면9번을누르십시오
방금롯데백화점에서150만원결제가떨어져전화드렸습니다자세히알고싶으시면……
두달치전화요금이밀렸습니다확인하시려면……
전화기 속에 여자가 누르라는 대로 번호를 꾹꾹 누르다보면
통장에서 돈이 뭉텅 빠져나간다.
내 마음 속 어수룩함과 동선을 그가 알고 있다
전자 우편에는 매일 같이 메일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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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내 빈주머니를 여기저기 소문낸 것이다.
딩동뎅. 핸드폰에 메시지가 왔다.
오빠심심해서아래를내리고혼자찍어봤어요혼자만보세요
은주가… 남친앞에서 ㅋ 아래내리고찍은거래요
핫.핑크 )앙~앤이 없어요!From:0809257521통화:연결하기
내 벗은 몸까지?
천둥소리
여자라는 게 싫어서
천둥소리 들리면 비로 내렸다
어디론가 흘러가길 꿈꾸면서.
빗물은 흘러가지 못하고 고여
웅덩이에서 못이 되었다
그 못 속에
어미가, 할미가 시어미가 빠졌다
아내가, 여식이 빠졌지만
물은 넘쳐나지 않았고 늪이 되었다
어미는 우물가에 신발을 벗어놓고 죽음을 가장해 도망가려 했고
할미는 중풍에 걸려 자신을 포기했다
일찍 홀로된 시어미는 술과 담배로 무장을 했다
여식은 일치감치 남자들을 앞지르려 안간힘을 썼다
늪은 그들의 식물로 무성했다
나는 날마다 물꼬 틀 일에만 골몰했다.
무장해제한 시어미 가끔 방문을 딸깍 잠그고 들어갔다
문 잠그고 하는 짓이 차고 있던 기저귀 빼내
손으로 발기발기 뜯어 방바닥에 수북이 싸놓는 일이다.
아니면 대변 봐놓고 종이 한 장 날름 덮어 놓는다
어미도 할미도 모두 그렇게 늪에 묻혔다.
폭풍이 몰아치던 날
늪 속에서 요란한 천둥소리 들렸다.
당신들 몸 허물어서 물꼬 트는 소리
유정임∙2002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봄나무에서는 비누 냄새가 난다.
노출 외 1편
맞은 편 아파트 옥상, 잠망경 같은 환풍구가
날마다 나를 엿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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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소리
여자라는 게 싫어서
천둥소리 들리면 비로 내렸다
어디론가 흘러가길 꿈꾸면서.
빗물은 흘러가지 못하고 고여
웅덩이에서 못이 되었다
그 못 속에
어미가, 할미가 시어미가 빠졌다
아내가, 여식이 빠졌지만
물은 넘쳐나지 않았고 늪이 되었다
어미는 우물가에 신발을 벗어놓고 죽음을 가장해 도망가려 했고
할미는 중풍에 걸려 자신을 포기했다
일찍 홀로된 시어미는 술과 담배로 무장을 했다
여식은 일치감치 남자들을 앞지르려 안간힘을 썼다
늪은 그들의 식물로 무성했다
나는 날마다 물꼬 틀 일에만 골몰했다.
무장해제한 시어미 가끔 방문을 딸깍 잠그고 들어갔다
문 잠그고 하는 짓이 차고 있던 기저귀 빼내
손으로 발기발기 뜯어 방바닥에 수북이 싸놓는 일이다.
아니면 대변 봐놓고 종이 한 장 날름 덮어 놓는다
어미도 할미도 모두 그렇게 늪에 묻혔다.
폭풍이 몰아치던 날
늪 속에서 요란한 천둥소리 들렸다.
당신들 몸 허물어서 물꼬 트는 소리
유정임∙2002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봄나무에서는 비누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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