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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신작시/박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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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077회 작성일 09-01-1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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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서

속젖 외 1편


애가 닳아보지 않은 사람은, 애가 어디부터 끓어오르는지 모른다. 살면서 애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애를 어느 쯤에서 입 크게 벌리고 한 입 물어야 되는지 모른다.

애는 속 깊이 시작됐으니 가장 속에 가깝다
갈비뼈와 장기에 숨어 꼴딱꼴딱 숨 쉬는 애를 볼 줄 아는 사람은,
날이면 날마다 속이 젖(좆)같다고 한다.
혀 짧은 소리로 젖(좆)같은 세상이라고 목젖이 훤히 보일만큼 끌끌 앞당기는 혀가 먼저 속길을 연다.

어머니는 양푼에 박박 속젖을 무친다. 속젖은 무치기 나름이라고, 간이 배이려면 속절없는 세월도 함께 버물러야 한다고.


라면 냄비 밑에서, 울고 있다


술자리가 끝나고 일행 중 K의 집에서 동침을 하자 약속하고, 둘이는 고래고래 소리치며 은방울 형제처럼 「서른 즈음에」를 골목에 엎질렀습니다. 담벼락에 나란히 서서 지퍼 까고 오줌 줄기도 맞췄습니다. 그럭저럭 큰 소란 없이  K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냉장고에서 맥주 3병을 꺼내 이것만 마시고 자자하여 밥상에 앉았습니다. K는 아침에 라면을 먹었던 모양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음탕한 담론을 나누며 맥주잔이 몇 잔 부딪치고 나서야 나는 라면 냄비 깔판의 정체를 알았습니다. 몇 해 전 볼펜 꾹꾹 눌러 싸인까지 해서 건네준 첫 시집 󰡔흑백필름 속에서, 울고 있다󰡕였습니다. 손가락을 냄비 손잡이에 걸고 살짝 들어 올렸다 놓았더니, 그 때부터 K는 어린 소의 눈으로 자꾸 저만 바라보았습니다.
  


박수서∙전북 김제 출생. 2003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시집 󰡔흑백필름 속에서, 울고 있다󰡕, 󰡔박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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