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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신작시/김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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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00회 작성일 09-01-1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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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주

미필적 고의 외 1편


라니요 며칠 째 어슬렁대며 돌아다니는 동네 개를 드디어 잡아먹었어요 시도 때도 없이 아가리를 놀려대던 놈이었죠 컹컹 그날 밤은 불면에 깊이 박힌 개소리를 한참 털어냈다니까요

얻어맞는 엄마가 멍을 낳고 술 취한 아빠가 술병을 낳고 또 낳아 나는 옥상에서 성가신 내 유전자들을 차례로 밀어버렸어요 보세요, 산산조각 난  家系가 더는 엮일 일 없다며 사방에서 미친 듯 웃고 있잖아요

나 이제 스무 살, 건강하고 섹시한 난자를 여기저기 배양했죠 힘찬 아기 울음소리에 황홀해하는 것 보세요 정말 낙관적이지 않아요 곧 하늘을 날아 원정가요 사채업자든 마약범이든 상관없어요 어차피 내 자부심은 완벽한 상품가치에 있으니까요

글쎄 금싸라기 땅이 주인이 없다는데 놀려둘 수야 있나요 명백히 주인은 없다고 하는데, 그래서 잡초를 뽑다가 꿀꺽 삼켰을 뿐이에요

미필적 고의는 아니죠 침 한 번 갈기고 목청 높인 것 뿐인데요 멀쩡한 外傷은 평생 골병이고 합의금은 늘 껌값이라니까요 왜 비싼 차를 모는 얌전한 여자들은 내 차를 살짝 박는 걸까요 왜


소나기


낮술 취한 쪽방
단무지 한 쪽 물고 비틀댄다
후두두둑 투다다닥다
빚쟁이들 마구 쳐들어왔다
독안에 든 쥐다
배 째라
주둥아리 쭉 뺀 술병도
드러누웠다
입 째라
불어터진 라면
부글부글 개고 있다
훌렁 까뒤집어진 누런 속치마
볼 것 다 봤지?

빚쟁이들 순식간에 물러갔다



김문주∙2006년 ≪시와반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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