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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신작시/박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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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19회 작성일 09-01-1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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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숙

봄, 생강나무꽃 외 1편


1.
남자는 보이지 않았어
유독 그녀가 올 때만 나타난다던,
호박죽 한 사발이 식을 때까지
죽집에 앉아 멀거니
빈 수저를 입에 넣으면서 연방 비닐문 쪽을 힐끔거렸지
손님이 들어설 때마다 문가에 걸린 달력이
계단을 올라오는 날짜를 속치마처럼 펄럭거렸어
무슨 죽이 이래?
뿌린 소금이 채 녹지 않아 가끔은 쓰고
닝닝한 죽 한 사발은 자꾸 불어나고
그녀가 하는 양이 참 재미없기도, 내가
한심하기도 했던 것인데,
삐끗! 
그녀는
식은 죽사발을 풀썩 엎어버렸어
 
2.
탁자 위, 아직 봄도 오지 않은 양지
지진계가 지구의 떨림을 먼저 읽어내듯
생강나무, 노오랗게 눈 뜨고
알싸한 눈흘김 지천이데?


후투티, 흐린 날의 새


하나, 두ㅡ 울 셋 넷
자꾸만 세어도 하나가 비는 풍경
비내리가 쓸려간다

몇 번인가 빗물이 스며들었다
떠나갈, 아버지의 후처는 후투티
비 내리면 전화기 속 빗물이 샌다고
부리를 디밀다가 후투티 
나선형으로 꼬인 그 소리에도 후두둑,
 
새들은 모두 잇몸을 뺀 나머지가 부리
여자의 목소리도 뾰족한 고음을 닮아간다
비내, 비내
비내리 산을 다 안아도 품 하나가 비는
후투티는
산울림을 지우며 날아가 버렸다

수화기엔 여전히 빗물이 샌다
열두 살에 떠난 소녀도 후투티였을,
후투티


박연숙∙2006년 ≪서시≫로 등단. ≪서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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