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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신작시/오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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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041회 작성일 09-01-1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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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영
땅거미 질 때 외 1편


어둠에 젖어드는 것들은
먼 기억의 창을 떠올리며
사람들 가슴 안으로 서서히 걸어 들어간다
웅크린 도시의 자외선이 점점 부풀어 올라
견딜 수 없게 되었을 때
급기야 먼발치로 도망치듯 뛰쳐나가는 노을빛 미소
어느 빌딩, 우연히 고개 내민 남자와 잠시 눈 마주치고
더러 제 몸 받치고 선 휘황찬란한 산도 넘어간다
내 앞에 머물다가는 얼굴들, 하나같이 침묵을 걸치고
아침에 나왔던 저 세상으로 서둘러 돌아가는 시간
모두 지워져 가는데 태양의 뒤태, 만월의 첫 호흡
흑백사진처럼 스캔되어 땅 위를 미끄러지고 있다
환한 애인의 웃음이 전동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줄달음친다
거미는 낮은 바람을 뽑아 도시를 휘휘친친 감고 있다
길은 허공이 메우거나 발에 채이거나 제멋대로 눕고
눈 위를 뛰어놀던 어린 발자국이
희미한 전등빛을 털어내며 엄마를 부르고 있다




굳은살, 그 문턱에  

잠자리 들어 두 손 포개다가
문득 굳은살의 문턱에 걸려 넘어진다

말초신경을 포진한 화살촉들은
어둠 속 악마의 뿔처럼 금새 드러나
가슴을 뚫고 심장에 적중된다
과녁받이가 되어버린 몸이 웅크리는 동안
감꽃 소담히 안아주던 그 소녀 사라졌고
허공을 움켜쥐려던 젊은 팔도 고꾸라졌고
머리맡엔 또 다른 거대 뿔이 솟아나는데
내 안에 키워온 아집의 흔적
들어내지 못한 전장의 표석처럼 굳어져 있다
밤의 고요가 죽어가는 능선
꿈은 찢기기 쉬운 조각보로 날고
아직 고통을 털어내지 못한 육신은
밤새 소쩍새 울부짖는 소리
월컥월컥 이불 위로 쏟아낸다

허기에 돌아누운 짐승의 화살촉은
지명知命을 겨누고 있다



오자영∙2006년 ≪PEN문학≫ 공모 당선. 2008년 <경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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