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30호 신작시/고춘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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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춘옥
기록․18―화근 외 1편
―봄의 입술
햇봄의 혓바닥에 은근히 넘어가서 초록빛 사투리를 쉴 새 없이 옮기다가
조것이,
치마를 올려
꽃술까지 보이네!
기록․19
―立春의 섬
1.
모텔의 사각지대에 안개가 휩싸고 돌아 섬은 또, 첩첩이 겹쳐 이어도를 만든다.
그렇게 꽃이 좋아 몸속 어딘가에 은밀히 꽃을 가꾸는 당신은 알 수 없는 글자들이 빽빽이 둘러싸여 술렁대는 「 」에서 좌판을 꺼내놓고, 잔뜩 「ㄲ,ㅗ,ㅊ」 문신을 새기는 여자와 마주 끌어안는다. 진눈깨비가 바다 저편에서 달려와 다닥다닥 꽃발자국을 「 」창문에 찍는다. 누구더라, 당신이 탄 배가 보이지 않아, 탈의 콧구멍을 후벼 판다. 그때마다 바람이 불어온다. 갸우뚱, 「누, 구, 더, 라…」 배가 흔들린다. 타-앙-, 「ㄴ,ㅜ,ㄱ,ㅜ,ㄷ,ㅓ,ㄹ,ㅏ ․ ․ ․ ․」 난파한다. 혹시, 탈을 뒤로 젖힌다. 팔꿈치 뒤쪽, 갇혀있던 꽃들이 죄다 풀려나와 잇몸을 드러낸 채, 수인번호를 털어내며 키득키득 웃는다. 당신이 두 무릎 꺾인, 관절 사이를 지나 오래도록 감춰둔 꽃씨방 속 씨앗들을 와락, 엎질러, 네 개의, … 열여섯 개의, … 이백 쉰여섯 개의, … 수없이 많은 … 개의 다리로 후끈, 달아올라 스멀스멀 기어가는 윈도우 「꽃밭」 위로 새빨간 입술이 「ㅅ, ㅓ, ㅁ, ㅅ, ㅓ, ㅁ ․ ․ ․ ․」처럼 낱낱이 해체되어, 제각각 고립된 자음과 모음으로 둥둥 떠다닌다. 좌판의 징검다리 길목에 질펀히 녹은 「ㄲ,ㅗ,ㅊ」비린내 후욱, 끼친다. 어디더라, 당신이 보이지 않아, 탈을 앞으로 숙인다. 이마 밑으로 구멍 뚫린 사금파리 날선 기억이 팅-, 튕겨 나와 소스라치게 「「」」에 꽂힌다. 꺄악-, 아, 무, 래, 도, 심상치 않아, 새카맣게 연루된 어둠에 맞서 각진 턱을 들어내고, 한사코 햇살 쪽을 더듬어 탈을 벗는 당신은 두 개의 다리. 「 」. 여자의 「 」결박을 풀고 꽃노을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어쩌나, 탈을 휘딱, 뒤집는다. 」ㄹ,ㅏ,ㅌ「 으헠, 움푹 패인 당신의 콧잔등에 파도, 자꾸 눈만 시리다. 봄날의 환각 속에서 돌아가는 「「삼각지」」.
2
윈도우 사각지대에 봄빛이 새어들어 「「삼각지」」를 들추다가 누군가 돌아가고 아내는 새로 난 창에 꽃 문신을 새긴다.
고춘옥∙ 2007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호랑이 발톱에 관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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