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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신작시/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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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313회 작성일 09-01-1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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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숙
궐련 한 대 피워 물고 외 1편


아버지 마루에 걸터앉아 담배 피우셨지
오디빛으로 익은 남향마루에서 담배를 피우셨지
모르핀 주사바늘 꽂을 자리도 없이 깡마른 하루
장지문 위 제비집 올려다보며 줄담배 태우셨지

오뉴월 햇발 니코틴빛으로 들러붙은 무덤가
울 아버지 궐련 불 붙여 놓고 냄새 맡는다
아까시나무가 반짝, 금잔디가 반짝, 봉분이 반짝
아버지 담배 한 대 맛나게 잡수신다
고향마을 낮은 지붕들 뻐꾸기 울음 깊이 스민다.

 

 

 



층층나무에 세 들다


쇠박새 가족 층층나무에 세 들었다
어미가 둥지 비운 사이
아기 쇠박새 한 마리 층층 오가며 까불거린다
잔가지 옮겨 앉을 때마다 튕겨지는 허공
한 여름 초록숲이 파르르 떨린다
손바닥 위에 콩 몇 개 올려놓고 팔을 쭉 뻗어보았다
아기 쇠박새가 살며시 내려앉는다
한 번에 콩 한 쪽 씩만 물고 가는
저 작은 새가슴,
놈이 종종거릴 때마다 명치끝이 팔딱팔딱 따라 뛴다
내 몸속에도 새의 유전자가 숨어있지 않을까
내 전생은 새가슴의 계보 어디쯤에 닿아있을까
참, 그러고 보니 쇠박새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새 발가락 옮겨놓는 자리 명주실 한 올 스치는 것 같다
얼마나 가벼운 영혼이신가
아기 쇠박새의 미세한 숨결이 손금 타고 건너와
내 심장에 닿는다
고 작은 부리로 먹이를 물어가는 날카로운
몰입의 순간,
목구멍 속 타오르는 불, 새의 내부가 느껴진다
내 겨드랑이에도 날개가 스멀거리는 것 같다
둥실 떠오른다
쇠박새와 내가 세 들어 키운 허공에
층층나무 이파리가 자라고 있다.



윤영숙∙ 2007년 ≪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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