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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신작시/정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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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016회 작성일 09-01-19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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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자
烏瞰圖에서 달려온 아이들 외 1편


곳곳에 깔렸다
무서운 아이는 무서운 아이를
무서워하는 아이는 무서워하는 아이를 기하급수적으로 복제했다
그들은 오감도를 벗어나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엉터리 심리학자가 의문부를 날렸다
“무서운 아이와 무서워하는 아이들” 구조에 뭔가 빠졌다
‘무엇’이 무섭단 말인가 
도대체 무엇이 무서워 그토록 무서워한단 말인가
엉터리 심리학자는 무서운 아이와 무서워하는 아이 각각 한 명씩을 비커에 넣었다
게놈을 읽기 위한 ……
왜 무서운 아이이며 무엇을 무서워하는가를 알기 위한 ……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엉터리 심리학자는 찍었다
무서운 아이 배열에서 <반칙인자>를 
무서워하는 아이 배열에서는 <규칙인자>를 
흑색 데이터가 깜박거렸다
반칙을 품은 자는 반드시 반칙을 범하고야 만다
엉터리 심리학자는 「詩第一號」에게 빌었다
“얘들아, 반칙하지 마라” 






나, 정화조


친구가 재작년에 영양제 100정을 줬다
하루 한 알 설명서도 친절했다
며칠 만에 약효만점 식욕! 식욕! 그러나 몹시 고민되었다 
평생 다이어트 허물면 안 돼 심사숙고했다 
그렇다고 확 내버린다면 친구에게 미안한 일 자연보호에 위배되는 일 연구하고 만든 사람에게도 송구한 일 불노초도 아닌 알약 남에게 줄 수도 없는 일
궁리궁리 끝에 알약들을 4등분하기로 했다
식탐 4분의 1, 지구 오염도 4분의 1, 친구의 베풂은 4배로 불어나리니
380여 개로 쪼갠 업보를 매일 한 알씩 먹기 시작했다
좀체 줄어들지 않는 약병 지루했지만 
우애를 위한 자연보호를 위한 나 자신의 의지 확인을 위한 일념으로 드디어 오늘 아침 마지막 한 알을 마셨다 모서리끼리 부대껴 떨어진 가루도 꿀꺽
지구는 나보다 오래 살 터이므로 나보다 건강해야 하므로 내 심신 의지한 가슴이므로
마지막 한 알 정화조에 들인 오늘 내내 충만했다
공기한테도 조금은 떳떳했다
하지만 ‘얻은 약’은 또 있게 마련
내일부턴 2등분 된 흰색 알약을 정화시켜야 한다


정숙자∙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감성채집기, 정읍사의 달밤처럼, 열매보다 강한 잎 등. 들소리문학상 수상.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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