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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신작시/김왕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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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왕노
금남로에서 외 1편
나 다 잊은 줄 알았는데
눈물 난다.
광주에서 내 기억은 홍탁을 앞에 두고
무등산을 함께 바라보던 일
네 꽃잎으로 져간 일
차마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숨기고 살았지만
토말로 어란으로
네 무순 같은 손잡고 떠나자는
그 약속 잊지 않아 눈물 난다.
그 약속 아직 유효하여 눈물 난다.
나 잊은 줄 알았는데 눈물 난다.
네 꽃잎으로 져 간곳에도
오늘처럼 소쩍새 울어
애절할 텐데
애절할 텐데
너는 아직 네 안에서 지지 않았다.
금남로로 부는 바람에 내 안의 네가 끝없이 나부낀다.
귀신고래
보이지 않는 것이
내 보이는 날을 이끌고 바다로 가네.
바닷가의 바닷바람 속에 서서
물의 갈피갈피를 살피며
침묵으로 익히는 귀신고래를 향한 기다림
보이지 않는 귀신고래가
내 귀를 바다로 돌려놓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내 손등 위로
애절한 눈물을 떨어지게 하네.
몇 천 년 동안 동해로 오고갔다는
귀신고래
귀신고래 같은 한 이름이
보이지 않는 그것들이
내 생을 바닷가에 불러
이렇게 오래 세워두기도 하네.
바닷바람에 짭조름하게 절어가게 하네.
김왕노∙포항 출생. 199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1995년 6인 시집 황금을 만드는 임금과 새를 만드는 시인, 2002년 시집 슬픔도 진화한다, 2006년 시집 말달리자 아버지 출간. 2003년 제8회 한국해양문학대상, 2006년 제7회 박인환 문학상 수상. 2007년 문광부 지정 문학지로 시집 말달리자 아버지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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