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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신작시/문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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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893회 작성일 09-01-19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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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영
배꼽 단상 외 1편


배의 중심에 모양 이쁘지 않은 테가 있다 그것이 내 命의 줄이었으나 지금 숨 쉬고 생각하는 것 다 위에서 하는 일이다  봄향 느끼고 사랑 배우는 일도 이제 들창문 열어 바람들이듯 상위에서 채운다 그래서 배의 흉터는 내밀한 관계 가질 것이 없다
그러나 나는 지금 하루의 배꼽 들여다본다 거기 아직도 배 부풀리면서 낮의 양분 채워 저녁까지 끌고 가는 명줄이 있다 그 줄 쉬 놓아버리면 하루는 아지랑이 없는 봄이다
봄꽃도 마찬가지다 배꼽에서 여전히 씨방을 만든다 씨방이 열릴 때  생긴 흉터 핥아 주는 꿀벌 불러들이기도 한다 꽃은 하루의 배꼽 여러 번 닫고 열어서 꽃가루를 더 멀리까지는 보낸다 닫고 여는 법은 달라도 햇빛 남아 있는 시간은 전부 하루에 속한다
그것 보면 배꼽 단상이 어떠냐에 따라 하루가 달라진다 늘 옷 안에 숨겨두었던 배꼽 햇빛에 내어놓는다  하루가 말랑말랑해졌을 때 꿀벌도 몇 마리 내 中心에 내려와 앉을 것이다 내밀한 고리가 될 것이다



석류2


드문드문 찬기를 꿰맨 초봄이었다
머리의 수술밥처럼
때 이른 석류꽃이 피었다

다시는 벌어지지 말자고, 더 이상 매서운 바람에
몸 내어놓지 말자던 약속이 가지마다 매달렸다
무거운 구름이 어머니를 닮았다고 물오른 우듬지가 말했다
한 번 석류가 열린 가지는 또 찢어지게 열매를 매달았다

형의 머리속에서 잠자던 종양
기어이 가지의 실핏줄을 타고 올라왔다 자르지 않으면
때도 없이 석류나무는 꽃을 피울 것이다

시디신 슬픔이 입 안을 맴돌았다
나무의 밑둥을 발로 차서 익은 알갱이 떨구고 싶었다
외마디가 먼저 떨어져 내렸다
구정 지나고, 합동제사 지나가도
어머니는 역귀성을 하지 못했다

그 해 봄에는 다른 꽃은 피지 않았다


문정영∙1997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낯선 금요일'. 계간 ≪서시≫ 부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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