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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신작시/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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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234회 작성일 09-01-1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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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내 이미지에 대하여3 외 1편


우리 집 식탁은 종섭이네 이사 갈 때 버리고 간 거다
아이 책상도 그때 버리고 간 걸 십년 째 쓰고 있다
지금 쓰는 컴퓨터 책상도 언제 어디선가 주워온 거다
우리 집에서 오로지 새 것은 아들과 딸 뿐인 것 같다
먹고 살만한데 자꾸 헌 것을 주워오는 남편에게
우리가 거지냐고 이제 그만 주워오라고 핏대를 세우면
쓸 만한데 어떠냐고 며칠 전에는 4단 책장을 주워 와서는
그것도 두 단이나 떨어져 나간 걸 씩씩하게 주워 와서는
거실에 턱 내려다 놓고 책을 꽂으란다
그 궁상맞음을 태평양 건너 시어머니께 불어 제꼈더니
어머니 집 소파도 시아버지가 주워온 거란다
궁상맞은 집안 내력이 부아에서 체념으로 바뀌는 순간
사방 모서리가 닳고 닳은
이제는 뻑뻑해서 잘 여닫히지 않는
남편이 이십 년 전 길 가다 주워
집안에 들여다 놓은
헌 서랍장만 같아서 나는

 


이사


이 남자다 싶어서
나 이 남자 안에 깃들어 살
방 한 칸만 있으면 됐지 싶어서
당신 안에 아내 되어 살았는데
이십 년 전 나는
당신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나 당신 밖에 있네
옛 맹세는 헌 런닝구처럼 바래어져 가고
사랑도 맹세도 뱀허물처럼 쏙 빠져나간 자리
25평도 아니야
32평도 아니야
사네
못 사네
내 마음의 공허가
하루에도 수십 번 이삿짐을 쌌다 풀었다 하네


김나영∙1998년 ≪예술세계≫로 등단. 시집 '왼손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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