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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신작시/배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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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079회 작성일 09-01-1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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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봉
지구의 묘비 외 1편


목 잘린 채 유령처럼 서 있는 가로수들,
자동차 배기가스와 불빛에 밤낮 시달리면서도
창백한 충고를 매일 매일
겨우 남겨진 가지 끝으로 밀어 올린다.
절망을 금지시킨 4월의 권력에
대항할 우군도 경제력도 없이
황사 자욱한 공기를 가로질러
무표정하게 자라는 가지, 납작한 연두색 잎사귀.
내부가 난도질 된 정신을 소진하며
햇빛의 음조音調 속에서 꽃망울 부풀리는
고통의 전율.
나는 해마다 그 동일한 풍경을 본다.
끔찍하게도 죽지 않는 도시의 나무,
문명의 의지를 충분히 반영한 묘비들.
스스로도 금지시킬 수 없는
물관부의 슬픔을 낭비하기 위해
강제로 주입한 희망을 삼키듯
목도 없이 나무는 자꾸만 자란다. 검푸르게 짙어진다.

 

 


살해된 목련꽃봉오리


꽃샘바람이 다녀간 뒤 목련, 목련나무가 무더기로 죽은 봄을 쏟아낸다

나는 팔을 벌리고 산파처럼 봄의 검은 침묵을 받는다

아무리 단속해도 삶에는 냉혹한 침입자가 있어!

흉악범은 끔찍한 높이에서 어린 영혼의 순결한 꿈을 떨어뜨린다

어젯밤 살해된 아이들이 아침 햇빛의 강보에 싸인 채 뚝뚝 떨어진다

봄이 어떻게 왔는지 그 깊이를 아무도 모른다


배한봉∙1962년 경남 함안 출생. 1998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흑조黑鳥', '우포늪 왁새', '악기점', '잠을 두드리는 물의 노래' 등. ≪시인시각≫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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