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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신작시/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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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040회 작성일 09-01-1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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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느린 날의 기울어진 소리를 외 1편


옆집 경숙이 두 몫은 닳아 없앤다 꾸중하며 사주는 신을 신고 소도둑놈 소리 들으며 걸어 왔는데

인정사정없이 파고들던 들판의 가뭄을 지나 서리 맞은 감잎이 여기저기 누워있는 아침을 맞으며 뼈들은 나무 밑의 앙상한 소리를 길어 올리고  

정신 좀 차려라 아들에게 나룻배 같은 운동화를 사주고 봄이네 비가 오네 그러면서 조금 전에도 왔는데
건너편 아파트 목련나무 앞에서 어정거리는 사람을 내다보다 나는 한 장의 화선지처럼 붙었던 벽에서 떨어져 버리는 것 같아 집안에서 집에 들어 온 적이 없는 것 같아

저 나무를 다 지나서 모퉁이 돌아가면 흥얼대는 소리 새어 나오는 창이 있고 자면서도 내 귀는 그 쪽으로 문을 열어 놓고 나는 나도 없이 그곳에 줄곧 가 있어 저 느릿한 걸음 옆의 기울어진 봄이 소리를 내고 소도둑놈 소리 들으며 첫 걸음부터 내 발은 거기로 기울어졌던 것 같아

 

 


제8요일


물이 가득 찬 것 같은 날이 있어요
그런 날은 헐렁한 걸음으로라도 더 살고 싶어요
물속으로 깊이 잠수해서
겨울 새벽 나무를 불러 볼 거예요
어느 심연에서 머리칼은 자라나오나 두리번거리며
뒤에서 어정대는 나를 물살이 데려가게 하고
구만 겹 물잠자리 날개 뒤적여 볼 거예요
바닥의 모래를 건드리지 말아요
따끔따끔 비치는 날이 얼어 환해요
목을 든 짐승의 울음소리가 하늘에 파묻히고  
칡뿌리처럼 어두운 서쪽이 꽉 들어차요

어떤 나무의 차갑던 이름을 까먹었어요
후레쉬 불이 대낮에 잘못 켜져 있어요


이태선∙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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