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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신작시/강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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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재
비가 오면 함께 비를 맞는데 외 1편
피울 일이다.
가지마다 가득한 꽃처럼
잔칫날 얼굴마다 정다운 음성으로 싼 웃음
줄 일이다.
바람이 오면 향기를, 벌이 오면 꿀을 주듯
정성으로 만든 말 무침, 느낌 부침, 생각 찜들
보일 일이다.
가을 옷을 벗고 겨울을 맞듯
가슴에 얼음 녹여 새 옷 입은 것 같은 봄
문을 열 일이다.
꽃샘추위가 오면 내 나무에만 오는가.
무더위가 올지라도, 폭풍이 칠지라도
시비 제막식
어느 강가 4월 억새인가.
작년 쭉정이 아래
햇살 퉁기고 있는 어린 잎들처럼,
여름 철새 돌아와 날고 있는
해변 솟대 주위에 모인
친척과 친지들처럼
웃는 얼굴에
주고받는 말은
연연한 초록색이어라.
죽어서도 산 것처럼
새소리로 글자를 쪼고
시냇물소리로 씻은 뒤
마음의 관을 열어 수의壽衣를 벗기면
초록으로 울리는 글귀 읊는 소리
글귀를 쓰던 마음을 불러내
봄날 초목草木 같은 우리에게
한들한들 악수를 하는구나.
‘새롭게 삽시다, 언제나 새롭게.’
강갑재∙1999년 ≪문예연구≫로 등단. 시집 '잠시 왼손을 잊었네', '움직이는 중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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