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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신작시/정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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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004회 작성일 09-01-1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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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나
렌탈 세상 외 1편


갓 피어난 살갗 무르지 않게
면기저귀 대여합니다
아토피는 끝! 붉게 보풀이 일어나지 않는
신선한 아가를 대여합니다

육각수의 정수기 대여합니다
체내로 들어가면 중금속, 세균은 물론
성장통의 근육 짓누르던 아픔까지
속 시원히 삼켜버리는
사막의 청정수! 청소년을 대여합니다

최신식 컬러복사기 대여합니다
종이 걸림도 파워 고장도 문제없이
흐린 하늘에 잠깐 내비친 태양의 빛도
무한 복사하는 화사한 청년을 대여합니다

그리운 화면의 VTR을 대여합니다
치직거리는 오래된 화질이지만
당신을 투입하면
되감기와 빨리감기 과거와 미래보기가 자유로운
거울 같은 중년을 대여합니다

새로운 바퀴 갈아 끼운 자동차를 대여합니다
함께 살아온 세월 옆자리에 태우고
오늘의 지붕 활짝 열린 심플한 모형의
노년을 대여합니다

이 모든 것은 개인의 이름이 새겨지고
개별관리가 이루어집니다
불황에도 살아남는 렌탈 인생!
무균무탈 신선도 높은 당신으로
말끔히 재생해  빌려드립니다


 

 

들어가다


그를 펼치면 20년 전 강원도 전사골로 들어간다
생각해 보면 그는 들어가는 일만 평생토록 해 왔다

육이오 때 월남하여 바람 쌩쌩 부는 제주도로
들어간 것은 열 살 무렵 그곳에서
어머니를 하늘로 보내드리고 떠나는 형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가 들어간 곳은 낯선 고아원

고학으로 대학을 마치고 충성을 해 오던 회사에서
각혈을 한 그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은
사십대 초반

붉은 피를 묻힌 손바닥 안에 거친 바람의 손금이
펼쳐졌으니
가족을 이루었지만 홀홀 단신 무늬가 새겨진
영혼의 창문은 자주 덜컹거려

다시 더 들어가자!

처자식이란 무거워진 봇짐을 메고
아무도 모르게 소금강 깊숙이 들어갔던 것이다

축사를 지어 가축과 함께 과수를 심어 열매와 함께
멧돼지를 키우며 산양을 몰아 깊숙한 전사골
손수 지은 집 속으로
계속해서 그는 지금도 들어가는 중이다

주름 많은 햇살이 밑줄을 그으며 움푹 패인 그의 얼굴 속으로
점점이…… 점점이 들어가고……
황무지를 불어온 바람도 머리카락을 당기며
그의 뿌리 속으로 거침없이 들어간다

들어갈수록 전사골 전사는 깊어진다



정민나∙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꿈꾸는 애벌레'.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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