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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신작시/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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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023회 작성일 09-01-1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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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겸
짝뚱꽃 외 1편


D 아울렛 개업 10주년 기념 바겐세일 행사장에서
노훈아 공연을 보았다
현란한 조명에 가려져
실루엣처럼 희미하게 번지는 얼굴
열창하는 낯익은 목소리와 몸짓
지퍼게이트 패러디에 관객들이 한바탕 웃고 있다
살아가는 동안 가끔은
저렇게 남의 인생을 차용해 가며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매탄고등학교 담장 아래 긴 화단을 따라
진홍빛 나팔꽃이 푸른 손으로
튼실한 소나무를 칭칭 휘감으며 기어오르고 있다
제 이름 내걸고 산다는 것은 언제나 당당하다

잡초 우거진 화단 틈새
나무 그늘을 따라 연분홍 꽃이
제 몸 낮추어 가며
땅 위를 슬금슬금 기어가고 있다
잠시 가던 걸음 멈추고 뒤를 돌아보니
반환점을 돌아 온지 한참이 되는 것 같다
이제는 앞줄에 서서 달리고 싶다
나팔꽃 무리 뒤에서 서성거리는 꽃
메꽃.

 

 


상처가 아름다운 이유


연주암을 끼고 관악산을 오르다 보면
6,25동란에 총알을 맞았던 늙은 소나무 한 그루가
철쭉꽃에 둘러싸여 아직도 벌겋게 취해있다
떡갈나무 숲을 들어서는 순간
동물의 왕국이 생방송 되고 있다
널따란 떡갈나무 잎사귀에
몸을 포개고 진지를 구축하는 오리나무 잎벌레
날카로운 이빨로 푸른 살점을 물어뜯을 때마다
나뭇잎은 아픈 듯 꿈틀거리고
나무비린내를 토해내고 있다
까치 한 마리 홰를 치며
오리나무 잎벌레를 낚아채 갔다
요란하던 숲속이 갑자기 조용해진다
벌레가 머물렀던 자리
커다랗게 구멍이 뚫려 있다
그 공간을 가만히 쳐다본다.
파란 연못 속으로
하얀 낮달 과 구름, 붉은 햇덩이가 둥둥 떠가고 있다
상처가 하늘을 품고 있다.



정겸∙2000년 ≪세기문학≫, 2003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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