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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 신작시/조양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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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래
홍등가에서 외 1편
좁은 골목을 따라 따닥따닥 줄지어선 가게들
조명등 붉은 불빛에 유령처럼 붉은 얼굴들
문 앞에서 몇은 깔깔거리고
길바닥으로 사뭇 진지하게 애원하듯 다가와선
참던 웃음 터뜨리며 애티를 내는 아가씨들
오빠 놀다가……
엄한 아버지 매질에 울음 울던 철부지 딸이었고
이쁜 옷 입혀 안은 어미 품에 재잘대던 딸이었고
내 새끼 내 새끼 평상에 할머니 부채질에 잠든 손녀였고
죽자 사자 평생을 언약했던
누군가의 피눈물 서린 첫사랑이었고
거부巨富
그의 자산은 대림오토바이 한 대
동대문시장 귀퉁이 몸 뉘일 방 한 칸
그의 무대는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성남 수원 안양 구리……
그의 일당은 하루치의 밥값 소주 한 병
퀵서비스 짐을 싣고 명동 간다 황학동 간다 강남 미아리 간다
그와 동행하는 건 빗발
그와 동행하는 건 햇살
그와 동행하는 건 바람
강남 목동 수십 억 아파트가 그에겐 뜬구름이니
그가 서울땅에 거칠 것은 없다
친구여 사랑하는 친구여
친구여 그 어느 날
화려한 꽃 한 다발 없이도 밝은 얼굴로
그대여 좁다란 나의 단칸방을
빈손으로 찾은 널 난 잊지 않고 기억한다
조양래∙2006년 ≪시평≫으로 등단. 시집 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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