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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 신작시/김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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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중
누구인가 외 1편
이미 죽어서 묻힌
땅속의 인연이 쌓여서
마음의 지층을 만들고
그것이 너무나 가까워
서로 끌림이 되었다
내가 있다는 계속해서 있다는
에너지 불변에 따라
이 세상에서 없어지지 못한 채
그대로 남아 너에게 끌려가서 몸집이 되었다
끊을 수 없는 집착
가까이 다가가는 그 끌림 너무나 닮아
땅속 깊숙이 묻어도 묻어도
되살아나는
아, 너와 나의 관계가 되었다
그 뿌리가
깜깜한 땅속에 있는 동안
내 닮은 꼴의 버르장머리들이 모여들어
내 안의 심장에서부터 촉수를 뻗치며 핏줄을 만들고
족보를 만들어 올린다
당신을 땅속에 묻어 두니
싹이 돋을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노란 침대
노란 침대 가장 자리에
구겨진 치마가 걸려
비 맞은 듯 눅눅하게 바래가고 있다.
카시미론 이불 위 몇 장의 지폐가 어지럽다 거울 앞에 있는 텔레비전을 켜자 사람의 형상이 자욱하게 피어오르며 어둠 속에 오르내리던 강제된 욕망이 비집고 나온다 문밖 분홍빛 어항 속 헤엄치는 마른 노가리 술안주처럼 씹히던 날, 하루하루 순이의 참혹한 남자들이 이불을 들고 다투었다
첫 경험의 혹독한 절망처럼 아이를 낳았다 제 나이보다도 오래도록 키워야 할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순이가 떠날 때 안개처럼 내리던 울음이 골목을 채워갔다
그녀의 노란 침대 위 야음을 틈타 다리 든 개가 지나가고 동사무소에서 건넨 수거용 딱지가 순이를 부르고 있다 그가 떠난 뒤에도 유천동 골목 어디에나 점액질의 끈끈한 울음이 늙어가고 있다.
김택중∙2007년 ≪다층≫으로 등단. 저서 '현대소설의 문학지형과 공간성 연구', '현대시의 논리와 그 해석', '문학의 창조적 대화' 등. 한밭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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