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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신작시/정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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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946회 작성일 09-01-19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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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경
변절의 변명 외 1편


탯줄 끝에서 쏟아진 분첩을 딸각거리며
향나무는 향기를 흘리고 다닌다
태양이 회전하는 길을 쫓아다니느라
변절의 형상이 되었지만
굴광성 본능에 충실한 외골수 욕망이
아름드리 둥치를 갖게 한 것이다

자가분열 속에서 외골수 욕망을 키우는 폭군의 근성
그의 무덤에 서서 호령을 듣는 토용吐涌들
변절의 행렬을 본 적이 있다
지조를 붉게 한 폭군의 변절은
밟을수록 생생하게 돋아나는 질경이 생명력이다
변절의 봄이
세계 문화유산으로 재생하고 있다

왜곡된 욕망이 풍기는 역설적 향기
메스꺼움을 감지한 몸들이 분첩을 닫는다

변절한 이의 몸에서도 향기가 난다는 걸 알았다
백성들 아비로서의 마음을 비껴간  
시황제가 남긴 만리장성 아방궁
비틀대면서도 분주한 수천 만리길이
사람이 지닌 욕망의 구조라는 걸 알았다

사방천지 변절의 냄새가 난다

 

 


반쪽의 만다라


맹인부부의 어깨가 세상을 짓누른다

인간으로서의 존재감이
해가 지면 되살아나는
그들에게 개와 늑대의 시간*은 평화이다

둥글게 꽉지를 낀 그들 두 손
우주 억만 겁 시간 위에 피는 한낮, 꽃이 있다

야성은 무모하지만
영악스럽지가 않다는 걸 그들은 안다
눈을 뜬 사람들은
개와 늑대의 시간을 구분하는 오류 속에서 살아가지만
어둠 속에서 존재의 가장 환한 낮*을 만끽하는
맹인에겐 밤은 낮이다
눈을 뜬 사람들 장애가 훤히 드러나는
낮이 밤이다  

사팔뜨기 눈으로 그들을 그려내는 빛을 피해
여자는 남자 품을 향해 구부러져 피어 있고
남자는 여자의 무성한 그늘이 되어 있다

붓질의 결미처럼 존재는 흐릿하지만
결핍을 메우면서 완결시켜 가는 그들은
서로에게 반쪽의 만다라다


*프랑스에서는 해질녘, 어스름한 시간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함.
*미셀 푸코 말을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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