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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 신작시/강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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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069회 작성일 08-07-15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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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식
부두에서 외 1편


막소주 한 잔 얻어 마실 셈으로
부두 거리를 어정거리는
고향 친구를 만나
목로주점에 불러 앉히고

술잔을 놓으니
비로소 고등어 등 빛깔의 바다가 보이고
항구를 드나드는 배들도
형님이나 동생처럼 정겨웠다.

부두에서는 모두가 이웃이었다.
토박이도 어제 굴러들어온
나그네도 없었다.

남발이하는 사내를 따라 왔다는
주모를 불러 앉히니
계집에게서는 
구수한 꽁치 굽는 냄새가 풍겼다.

부두에 오면 가로등들도
홍등가의 불빛처럼 얼굴이 불콰하고
주모의 비릿한 개짐 냄새도 
코끝에 달콤했다. 

계집은 한 잔 술을 팔아줄 
손님이 든 게 그리 좋은지 그저
이 말 끝에도 허어연
저 말 끝에도 허어연 이를 드러내며
그냥 파도처럼 웃는다.

바닷가에 나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긴장이 풀려 저녁 한때를 
어판장을 어슬렁거리고

나는 한 잔 술에 취하여
바다처럼 울렁여가며 어디든
떠날 수 있는 항구가 
내 곁에 있는 행복에 기대어 본다.





하루


맑고 고요하기로는 승방 같은
햇살 속에서
아침이슬로 눈 뜨이어
무슨 할 일 없나 궁리하다가
휘적 휘이적 새 부르듯
맨손체조로 몸풀어보는 하루다.

골은 깊고 계곡 물소리 청량한
이 칠칠한 초록 그늘의 숲속에서는
낮잠 한숨도 풀벌레소리에 깨이어
무슨 할 일이 없나 생각하다
가진 것 다 털어버리고 그저 
한 두어 번 깊이 심호흡해도
넉넉하다고 마음먹는 하루다.

이승을 떠나는 친구를 동무삼아 
당도한 고향길 어귀에서
어느덧 나도 모르게 해도 저물어
돋아나는 별들 보며
무슨 할 일 없나 손 꼽아보다
내 생애 다시 이런 날 있을까
살아있는 아픔이 너무도 생생하여
온몸으로 왈칵 
눈물덩이를 만드는 하루다. 


강우식∙강원도 주문진 출생. 196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강우식시전집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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