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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 신작시/최종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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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92회 작성일 08-07-15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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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천
가슴 외 1편


스치기만 해도 소녀티가 묻어나오는
올해로 34세인 그녀가
거리에서 샀다며 노래 나오는 인형을 만지작거립니다.
다른 곳은 만져도 노래가 안 나오고
가슴만 만지면 노래가 나옵니다.
가슴에 노래가 나오는 기계가 들어 있습니다.
나는 그 소녀에게 이걸 가슴 아닌 다른 곳에
부착했다면 아마도 노래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소녀는 왜요? 나오지 않나요? 하고 날 봅니다
그러니까 그게 말하자면 詩的인 논리요 발상이야
딴은 이거지, 등이나 다른 곳 부착하기 더 좋은 곳을 두고도
하필이면 노래가 나오는 그것을
가슴에 부착했겠는가? 시적인 감성이 아니라면?
결론은, 이 인형을 만든 사람은 시를 했다는 거야
시가 따로 없고 시인이 따로 없다고 말해 줍니다.
그리고는 기습적으로 소녀의 가슴을 만져 봅니다.
어? 노래가 안 나오네! 노래가 나올 때까지 만지고 있을 거야!
그런데 동행하던 다른 여인이
어머, 거긴 애인이나 만질 수 있는 거예요, 합니다.
다른 곳도 아닌 노래가 나오는 가슴을
애인만 만질 수 있다니 이건 정말 잘못 된 거 아닌지
우리는 인형만도 못한, 
노래를 잃어버린 허수아비가 되어버린 건 아닌지
오늘 문득 사랑이 그립습니다. 





아름다운 性


7년 전인가. 경기도 광주에서 일할 때
단골로 다니는 다방에 가던 길이었다.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도로 옆에
낮술에 취한 사나이 하나가
자지(최근에까지 이 단어를 xx로 하거나
oo로 하거나 하였다, 이 당당한 것을 익명으로
하다니 참 멋적은 일이었다.)를 바짝 세워 놓고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누군가 팬티를 내려놓은 듯
국기게양대처럼 솟아 있었다.
내가 그걸 수습해 주려다 자연스럽게
눈길이 앞 건물 2층 다방 창으로 꽂히는 거였다.
음, 그렇군. 다방으로 올라가서 창을 열어
나이 지긋한 마담에게 보라고 했다
아직 시집 못간 혹은 안 간 처녀들은 히덕거리는데
마담은 조용히 내려가 수습해 주고는 마당 쪽으로
사나이를 들여다 놓고 나무에 기대어 놓는 게 아닌가!
내가 마담을 칭찬하자,
날 더러, 자기야말로 인간미가 넘친다고
오늘밤 같이 하자며 허벅지를 쥐는 것이었다.

그 뒤로 내가 깨달은 사실은 모든 창녀는
어떤 의미에서 司祭라는 것이다.
사실, 그녀들의 사회적 역할은 치유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못하는 것을 그녀들은 한다.
교황이니 추기경 따위 사제들이 있지만
그들은 그녀들만큼 오래 남지 못할 것이다.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여 권력을 누리는 그들보다
그녀들을 더 오래 전부터 인간은 필요로 하였다.
사제의 진정한 의무는, 우상으로서의 이데올로기를
끊임없이 걸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데올로기를
끊임없이 벗겨내는 데 있는 것이다.

그녀들은 빨갱이, 목사, 거지, 공산주의자, 극좌나 극우를 
자본가를, 가난뱅이를,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그 알량한 자존심을, 멋쩍은 수줍음을 벗긴다. 
이 지상이 곧 에덴의 동쪽이고 서쪽이다
롯의 딸들에게 장미를!


최종천∙1986 ≪세계의 문학≫, 1988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눈물은 푸르다 등.
추천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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