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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 신작시/최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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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042회 작성일 08-07-15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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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춘희
단잠 외 1편


장작불 지펴 데워 논 황토방
생솔가지 연기 매캐하고 
구들장은 설설 끓어
벌건 화인 등짝에 찍다
문틈 사이 눈썹 흰 바람
다녀가시고 마당귀 늙은 감나무 
빈 가지 달빛 휘는 소리  
어둠 속으로 슬쩍 주먹질도 날리고
다리도 걸쳐보는 겨울밤
반주로 마신 동동주 취기에 
오래도록 집 떠나 헤맨 부랑의 꿈
어릴 적 배 아파 먹은 
쓴 약 순하게 토하고
뱀처럼 깊은 잠 똬리를 틀다
잠의 촉수 밤새도록 싸르륵 싸르륵 
눈 내리는 소리에
깊게, 깊어지다





달과 6펜스


한 백 년쯤 여기서 잠들고 싶다
은피라미 떼 몰려드는 폭설의 겨울호수
목쉰 갈대와 꽁꽁 발이 묶인 고깃배 친구 삼아
순한 짐승처럼 앞발을 모으고 눈을 감으면 
내 잃어버린 기억 속 어머니도 달의 분화구에서
걸어 나오시고 재를 뒤집어 쓴 아버지도 엉금엉금 
죽은 누이를 등에 업고 기어 오신다
고사목처럼 마른 손등에 흐린 햇살 그림자 보여주던 
흑백 사진첩 갈피가 접혀지는 시간
세상의 모든 불빛 꺼지고 
한 잎 남은 잎사귀마저 떨어져 하늘은 더 넓다

장엄우주의 한 깊이에 얼음구덩이 파고
산채로 나를 염해 묻어다오


최춘희∙1956년 마산 출생. 1990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세상 어디선가 다이얼은 돌아가고, 종이꽃, 소리 깊은 집, 늑대의 발톱. 
추천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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