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29호 신작시/길상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336회 작성일 08-07-15 23:52

본문

길상호
바람 냉장고 외 1편
-우울증

안에서는 결코 열리지 않는 
바람 냉장고에 갇혀 살지요
밤마다 갸릉갸릉 더 크게 앓는
나의 냉장고에는
칸칸이 들어찬 기억이며
칸칸이 들어찬 울음이며
아무도 손댈 엄두가 안 나는
맛없는 것들만 가득,
너무 오래된 나를 버리러 가야 하는데
문은 꼼짝을 하지 않네요
보일러 배관을 타고
바람의 냉매冷媒가 흐르는 방
손잡이는 언제나 밖에만 있으니
바닥에 납작 엎드려 
바람의 맥이나 짚고 있어요 
더는 꽝꽝 얼지 않는 겨울과 
조만간 플러그가 뽑히고 말
이 방의 운명을 점치는 거죠
문득 생각이 났다고
이제 방문 열 생각은 하지 마세요
당신이 먹지 않고 버린 나를
허연 곰팡이가 말끔히
먹어치우고 있으니






귀를 파는 밤


이 야심한 밤에도
내 욕을 하는 사람이 있어
가려운 밤,
귀를 파다가
그 사람이 너일 것 같아
대꾸는 못하고 
창문을 여니
며칠 째 소화불량이던 먹구름
한꺼번에 터져 
새하얀 눈이 내린다 
이제,
잘 자라


 길상호∙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 모르는 척. 현대시동인상, 이육사문학상(신인상), 수상.
추천36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